기대 울 데가 없다
/나석중
욱, 하는 바람에 날아간 새여
어느 처마 밑에 놀란 가슴 비를 피하는지
내 손바닥이 슬픔이 고인 내 가슴팍을 치네
신발 한 켤레 벗고 들어온 인사 없는 방이거나
풀벌레 우는 호젓한 숲 속이거나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슬픔의 난간이 되어 나 기대어 울 데가 없네
날개는 성한지 몸 아프지 않은지
앙앙 바위에 부리를 갈고 있는지
오늘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새를 기다리며
천태만상을 그리며 흘러가는 뜬구름을 보네
내 메마른 눈물샘 누가 퍼내줄 이 없어도
괜찮다, 괜찮다 나를 달래네
- 나석중 시집 ‘외로움에게 미안하다’ 中에서
‘욱, 하는 바람에 날아간 새들’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내가 내 쪽만 편드느라 한 순간 눈이 멀어 내가 떠나보낸 사람들은 어디서 슬픔의 비를 피하고 있을까. 작은 욕심에 귀가 멀어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큰 소리를 듣지 못한 내가 불지불식간에 버린 나의 명예는 어디서 쉬고 있을까. 내가 나를 믿지 못한 채 생각이 멀어 내가 버린 나의 소망은 이상은 사랑은 어디를 떠다니고 있을까. 그들의 날개가 상하지는 않았는지, 무심한 바위에 앙앙 부리나 갈고 있지는 않은지. 그러나 삶은 회한과 회오의 뜬구름 같은 것. 돌아오지 않는 새를 기다리며, ‘욱, 하는 바람에 나마저 날아가지 않도록’, 괜찮다, 괜찮다, 나를 달래보기도 하는 것.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