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보이콧 안해” 공언
“모욕적” 강력 반발서 한발 물러서
러시아올림픽위, 12일 최종 결정
IOC “폐막식때 國旗허용할 수도”
‘평창 반쪽올림픽’ 최악사태 피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고 러시아 선수의 개인 자격 출전도 막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7일 러시아의 한 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 중 “우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어떤 봉쇄도 선언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선수들이 원할 경우 그들이 개인 자격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출전을 금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 발표 하루 만에 나왔다.
러시아 외교부나 체육부가 IOC 발표 후 정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IOC는 전날 집행위원회에서 2011년 이래 여러 스포츠 대회에서 국가 주도로 도핑 결과를 조작한 러시아를 중징계했다.
사상 최초로 도핑 문제로 한 나라의 올림픽 출전을 봉쇄했고, 약물검사 이력에서 ‘깨끗한’ 러시아 선수만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개인 자격으로 평창 땅을 밟도록 조건을 걸었다.
이 선수들은 러시아가 아닌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이라는 특수 집단에 속해 평창올림픽에서 경쟁한다.
러시아 국기 대신 ORA라는 글자가 박힌 중립 유니폼을 입고 메달을 따도 러시아 국가가 아닌 ‘올림픽 찬가’를 듣는다.
푸틴 대통령은 IOC의 결정 전부터 거론되던 이런 방침을 두고 자국 선수들이 러시아 국기를 달 수 없는 건 ‘모욕적’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IOC 발표 후 러시아 내에서도 평창올림픽 보이콧 찬반 여론이 뜨겁게 가열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전면 보이콧은 없다고 못 박고 선수들도 개인 자격으로 보낼 수 있다고 종전 태도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빅토르 안(32·한국명 안현수)이 이끄는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은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빅토르 안을 비롯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계주 금메달리스트 세묜 옐리스트라토프(27),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 1천500m 랭킹 16위에 오른 데니스 아이라페티안(20), 1천m 22위 알렉산더 슐기노프(19)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러시아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은 이미 획득할 수 있는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모두 따냈다.
남자 500m, 1천m, 1천500m에서 각각 3장을 얻었고, 계주 출전권도 획득했다. 여자 대표팀은 500m, 1천m, 1천500m 각 2장, 계주 출전권을 땄다.
각 종목 출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개인전은 물론 단체전인 계주에서도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다.
한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12일 올림픽 출전 후보 선수들과 코치, 개별 종목 협회 대표 등이 참석하는 ‘올림픽 회의’를 열고 평창올림픽 참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IOC와 러시아는 도핑 조작 건으로 마찰을 빚었으나 6일 IOC의 제재안 발표로 도핑 사태를 일단락지은 뒤 해빙 무드를 타는 양상이다.
IOC는 러시아가 IOC의 징계 요구를 존중하고 잘 수행하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때 러시아 국기의 사용을 허용하고 징계도 철회할 수 있다며 여지를 뒀다.
동계스포츠 5강 중 하나인 러시아의 불참으로 자칫 ‘반쪽 대회’가 될 뻔한 평창 동계올림픽은 러시아의 유연한 결정에 따라 한숨을 돌릴 참이다.
비록 개인 자격이긴 하나 러시아를 대표하는 설상과 빙속, 피겨 스타들이 평창에 오면 대회의 질적 수준을 예전처럼 유지할 수 있다.
또 세계 2위 아이스하키리그인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가 보이콧 움직임을 접고 리그 소속 선수들을 평창에 파견하면 대회 흥행과 TV 중계권 수입에서도 큰 손해를 피한다.
도핑 파문을 딛고 평창에 온 러시아 선수들이 새로운 감동 스토리를 써내려간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은 예상 밖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