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1
/나병춘
나의 삶에는
문이 두 개 있다네
밀고 나온 문과
아직 한 번도 열어 보지 못한 문
그 문을 밀고 나간 사람은 많지만
되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네
그 문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열어 볼 수 있지만
열어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네
내가 밀고 나온 문은
어머니라는 문이요
내가 열어 보지 못한 문은
심연의 문이라네
나는 아직 밀고 나온 문을 잘 알지 못하기에
두 번째 문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네
- 나병춘 시집‘어린왕자의 기억들’ / 시학
시집 제목 『어린왕자의 기억들』에서 유추할 수 있듯 시인은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를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밀고 나온 문, 어머니. 마치 스스로 밀고 나온 듯한 말, 밀고 나온 문-성장-삶. 그렇지만 시인은 겸허하게도 자신이 아직 열어보지 못한 문이 심연이라고 한다. 누구나 열어볼 수는 있어도 깊이 들여다볼 수는 없는 심연. 어머니에게서 나왔지만, 어머니의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사랑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미처 자신을 들여다볼 겨를이 없다고 시인은 말한다. 우리가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우리를 들여다본다는 니체의 말대로 이미 시인은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