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벌어진 제천 목욕탕 참사의 원인은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었다. 특히 소방차 진입을 방해한 불법 주·정차와 사람들이 탈출해야 하는 비상구를 막은 것이 대형 인명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소방대는 첫 신고 7분 뒤인 오후 4시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 건물 주변 도로의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에 화재 현장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연기에 질식해 죽어가고 있는 상황, 1초가 다급했던 그 시간을 불법 주정차 차량들을 치우는데 허비해야 했다.
미국은 화재 시 긴급 견인에 따른 차량 훼손은 보상 책임이 없다. 영국은 ‘화재와 구출 서비스법’이 있어 소방관이 화재 진압과 구조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재량에 따라 차량 소유주의 동의 없이 차를 옮기거나 부숴도 된다. 우리나라도 소방기본법엔 화재 진압 시 불법 주차 차량을 제거 또는 이동시키고 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방관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차량을 손상하게 되면 소송을 당하는 등 복잡한 상황을 겪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으로 불법주차 차량을 치우지 못한다.
오죽하면 27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대표가 “촌각을 다툴 때는 불법주차 차량을 부수고 화재 진압장비를 투입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했을까. 추 대표의 말처럼 후진적 인재형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엄정한 법이 제정돼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을 일깨우고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사회교육이 필요하다. ‘소방차가 출동 중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손상시키거나 밀어버려도 소방관들이 책임 안지도록 해주세요’라는 청와대 청원이 22일 시작됐는데 이 동의하는 국민이 27일 낮 1시 현재 2만8천600명이 넘을 정도로 호응이 크다.
아울러 지금까지 참사를 키운 비상구 폐쇄 행위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에 경기도가 건물의 비상구를 막거나 소방도로를 막고 불법주차를 하는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6일 열린 주요 도정점검회의에서 남경필 지사가 도차원에서 비상구 막기와 불법주차를 해결하자면서 의용소방대와 협력 등 인력을 충원해서라도 1년 정도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대형참사가 발생할 때만 반짝 긴장하고 시간이 흐르면 도로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법제정과 지속적인 단속이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