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갖고 있는 공무원들의 나쁜 인상 중 하나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땅에 납작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요즘 이보다 한걸음 더 나간 우스갯소리로는 ‘복지안동(伏地眼動)’이란 말도 있다. 즉 바닥에 엎드려 눈만 굴린다는 것이다. 예전에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중간만 해라’였다. 앞장서다가 높은 사람들 눈에 띄어봤자 좋은 일이 없다는 것이다. 공직세계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남보다 의욕적으로 일을 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동료의 눈총과 윗사람들의 미움일 뿐이다.
게다가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의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과실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책임까지 져야 한다. 징계를 받으면 진급에서 누락되거나 감봉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는 옷을 벗어야 한다. 일반 회사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공무원들의 가장 큰 소망은 진급이다. 9급으로 인용돼 십 수 년이 지나야 6급이 된다. 적체가 심한 지자체에서는 20년이 넘는다. 기초 지자체에서 간부급이라고 할 수 있는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기까지 30년이 넘는 경우가 흔하다. 6급으로 정년퇴직을 하는 공직자들도 허다하다. 이처럼 승진경쟁이 매우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징계를 먹게 되면 치명적이다.
그런데 공무원이 성실한 업무처리, 또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생긴 과실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때가 있다. 이 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행위를 면책하는 규정이 담긴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징계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 12월 27일 입법 예고됐다. 또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에 ‘적극적인 행정에 따른 과실은 징계 감면을 받을 수 있으니 이 경우 증빙자료를 제출하라’는 취지의 안내 문구도 삽입된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이익과 시민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대한 정책을 적극 수립,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에 대한 책임은 면제해 주는 것이 옳다. 그래야 공직 내 적극행정 문화가 조성된다. 지난해 연초에 광주광역시가 광산구에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을 함유한 학교 우레탄트랙을 선제적으로 철거한 광산구 담당 공무원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구는 적극행정을 펼쳐 시민의 안전을 지킨 공무원을 징계한다면 앞으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막을 수 없다며 징계요구를 거부했다. 적극행정으로 인한 과실은 보호돼야 한다. 이와 반대로 직무태만, 복지부동에 대한 처벌은 강화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