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는 6·25 한국전쟁 이후 남북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곳이다. 38선 이북에 위치한 관계로 북한이 ‘눈엣가시’로 여겨 서해교전이나 연평도 포격도발 등으로 이어지는 긴장의 현장인 것이다. 급기야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는 어민들과 함께 최근 이곳에 ‘남북 공동 파시(波市·바다 위 생선시장)’ 조성을 제안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논의가 진행되고 남북 연락 채널이 약 2년 만에 재개하는 등 남북관계에 훈풍에 따른 것이다.
특히 연평도 조기파시는 흑산도, 위도와 함께 전국 3대 조기파시 중 으뜸으로 전해진다. 조기는 봄철 산란을 위해 흑산도를 거쳐 위도, 연평도까지 북상하여 산란하기에 조기의 품질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인천에서는 이 지역을 문화재로 지정하자는 논의까지 있었다. 일제 강점기 전성기를 누려 4~6월 봄이 되면 연평도 인근에 수 천 척의 배들이 몰려들어 성시를 이뤘던 곳이다. 이런 유서깊은 현장에 남북이 공동으로 파시를 연다는 것은 남북 간의 긴장완화를 뛰어넘어 평화의 바다로 승화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남북긴장에 따른 인내와 희생을 뒤로 하고 서해5도와 옹진반도 남북 어민들의 상생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인천시민대책위원회의 주장처럼 서해5도 해상 파시는 ‘바다의 개성공단’으로 남북 긴장완화를 위한 또 다른 출구 모델로의 성장이 가능한 데다 남북이 지루한 긴장을 끝내고 공동 번영의 평화체제를 만들어나가는 소중한 기회다. 나아가 백령도에서 연평도까지 북방한계선(NLL) 해상에 대형 바지선을 띄워 남북 수산물을 교역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10년 중단된 남북수산물 경제협력을 재개해 서해 5도의 풍부한 수산물을 나누면서 체계적인 해양자원의 보전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인천지역 공약 8개 가운데 수도권~개성공단~해주를 연결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선정한 바도 있다. 우리 측은 NLL(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삼아 남북으로 같은 면적의 공동어로수역을 몇 군데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북측의 반대로 회담의 성과는 별무였지만 이번 만큼은 이를 다시 추진했으면 한다. 남북화해무드를 앞당기고 수산물 교역을 통한 경제협력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