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부자지간도 나눌 수 없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은 지금 권력을 나누고자 개헌을 논의 중이다. 1987년 이후 30년 만에 국회에서 개헌특별위원회가 열리며 논의가 시작된 지도 1년이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존 지방자치제를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공화국’으로의 의지를 표명하며 올해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추진한다고 했지만 청와대와 국회의 의중, 또 각 정당들 간 생각들이 제각각인 듯하다.
사실상 많은 이들은 지방분권개헌 논의들을 이번에 접하고서야 20년 이상 유지된 한국의 지방자치제도의 불완전성과 모순을 깨달았을 지 모른다. 지금껏 지방자치제도는 예산계획과 집행의 자율권 없이 중앙정부에 예속되어 해마다 예산편성 시기면 엄마에게 때 쓰는 아이 같은 꼴이었다. 일부 지자체의 선심성, 낭비성 등 방만한 지방재정 운영사례가 권한 및 책임이 없는 비자율적 살림살이 제도에 일정부분 기인했을 것이다.
지방정부는 세계법질서에서 이미 중요한 행위 매개체로 변모했으며 국제연합, 세계은행, 유럽연합과 기타 국제적 기관들은 지방정부를 세계적 차원에서 정책적 발전의 동력으로 인식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때문에 오랜 시간을 모순과 한계를 안고서 시대착오적인 행보를 해온 대한민국 지자체 관계자들은 지방분권개헌을 앞두고 쌍수를 들며 환영만 할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헌법으로 보장되는 자치자율권을 기반으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 얼마나 경쟁력을 발휘할 것인가의 무거운 과제와 책임을 함께 느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뒤늦은 지방분권개헌의 문제를 앞두고 여당은 4년 중임 대통령제, 야 3당은 이원집정부제로 서로 다른 의견이며 특정 야당은 개헌 국민투표를 6월 지방선거 때 하기를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기가 수많은 시민들이 한뜻으로 행진하며 이루어낸 국가변혁의 요구이자 명령의 임무실행 중임을 여야 정치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위정자들은 누구를 위한 개헌, 누구를 위한 지방정부인가에 대한 근본 과제를 항시 자각해야 한다.
이번 지방분권개헌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지역순회 등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특히 장관과 국회의장까지 장시간 실무자들의 브리핑 못지않게 당위성을 설파하며 깊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국민적 체감을 위한 홍보 전략은 미흡하다.
개헌을 추진함에 있어서 분명히 주요 논제들과 논쟁거리들이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 국민은 다양한 켜뮤니티에서 주요 주제들을 두고 논의·논쟁하는 문화에 이미 익숙하다. 때문에 기존의 홍보방식도 괜찮지만 현시대에 적합한 논제들을 발굴하며 자연스럽게 토론할 수 있는 동기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일례로 필자는 ‘지방분권개헌에 따른 이북5도청의 역할’을 논제로 제시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는 1948년 제헌국회가 만들었고 지금껏 변함이 없다. 때문에 미수복 지역인 이북5도의 헌법적 행정관할권이 대한민국에 있고 그 행정사무를 위해 이북 5도위원회를 설치, 실제로 행정기관인 이북5도청을 운영 중이다. 주요업무는 이북 5도 지역 각 분야의 정보수집과 분석, 정책연구와 향토문화 계승 발전 그리고 새터민과 이북도민 후계세대 육성지원 등이다.
이번 지방분권개헌에 따른 이북5도 관련 문제는 북한에 행정서비스 제공을 실제로 할 수 없기에 논외일 것은 분명하지만 헌법 제3조의 의미에 적극적인 통일의지를 이번 개헌 시기에 재부여하고 이북5도청에서 임무 수행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통일에는 ▲정치적 통일 ▲경제적 통일 ▲민족동질성회복의 문화통일 등 3가지 종류가 있는데, ‘민족동질성회복의 문화통일’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언젠가 정치적 통일 후에 수행할 일이라면, 여러모로 각별한 2018년도에 개헌을 동기화하여 남북한 상호합의를 이끌어내고 ‘문화통일선언’부터 해보자고 필자는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