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 불능 환자가 연명 의료 여부를 스스로 결정토록 하는 ‘연명의료결정법(존업사법)’ 시행에 앞서 벌인 시범사업이 엊그제 종료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3일부터 80여 일의 시범사업 기간에 사업참여 10개 의료기관 입원 환자 중에서 임종과정에 접어들어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60여 명이다. 지금은 건강하지만 미래에 소생 불능의 임종기를 맞으면 연명 의료에 매달리기보다는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삶을 마감하는 존엄사를 선택하겠다는 뜻을 담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제출한 일반인(19세 이상)도 8천5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법적으로 연명 의료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연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정부는 다음 달 4일부터 존엄사법 시행에 들어간다.시범사업 기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등록 기관이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등 5곳에 불과한데도 작성자가 8천500여 명이나 몰린 것은 주목할 만하다.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건강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는 달리 환자들의 참여는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아직도 환자들에게 연명 의료 중단이라는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와 가족에게 최대한 치료를 해주려는 우리 사회의 효(孝) 문화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게 복지부의 분석이다. 따라서 존엄사법의 본격 시행까지 남은 기간에 준비해야 할 일들은 많다.
우선 이 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적용되지만 그 기준이 명확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대뇌 손상으로 의식이 없고 운동기능도 상실했으나 자가호흡이 가능한 환자를 법 적용 대상으로 볼 것인지, 혹은 말기 암 환자 중 어떤 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임종과정에 해당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자가 사전 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의식불명에 빠졌을 때 가족들이 상속 목적이나 치료비 부담 등의 이유로 존엄사를 악용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호스피스 시설 등 인프라도 부족하다. 호스피스 전문 의료기관은 전국 80여 개에, 병상은 1천320여 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는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택한 환자들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