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세법은 거래의 형식보다 거래의 실질을 따져서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의 형식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거래의 형식과 실질에 관한 최근 판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법인은 2006년에 제주도에 건물을 취득하고, 법인의 최대주주에게 임대했다. 세무서는 법인이 부동산을 직접 사용할 의도 없이, 처음부터 최대주주가 사용할 건물 구입에 소요되는 자금을 대여한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건물 취득자금을 업무와 상관없는 대여금으로 보아 대여금에 대해 연4.6%의 이자를 법인의 익금에 산입하여 법인세를 과세하고, 최대주주에게는 그만큼을 상여받은 것으로 처분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였다. 또한, 건물의 감가상각비와 유지관리비도 업무와 관련없는 비용으로 보아 법인의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인은 직원휴양시설로 사용할 목적으로 건물을 취득했으나, 최대주주의 병세가 위독해서 일단 요양목적에 사용하도록 한 것이며, 따라서 형식적, 실질적으로 건물은 법인의 소유이고, 최대주주는 임차인일 뿐이므로, 건물 취득이 최대주주에 대한 자금 대여로 본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1심 및 2심판결은, 건물 구입시점이 최대주주가 암판정을 받은 직후이고, 최대주주가 건물 신축과정에 개입해서 본인의 취향에 맞게 개조하였으며, 임대차 계약의 종료일도 불분명하고, 임대료를 받을 생각도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최대주주에게 주거 및 요양의 편의를 제공할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보이며, 최대주주 역시 개인주택처럼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거래의 실질을 자금의 대여로 보아 이루어진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형식적으로 법인이 건물을 취득하였으며, 최대주주는 임대차계약에 따라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하였으므로, 법인이 건물을 취득한 다음 최대주주에게 무상이나 저가로 임대해 준 것으로 보아야지, 임의로 최대주주가 취득할 건물의 취득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보았다.
거래의 실질은 대주주에게 편의를 제공할 목적으로 취득한 것으로 충분히 보이지만, 거래의 형식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이다. 거래의 형식을 무시한다면, 법적안정성이 떨어지고, 과세당국에 너무나 큰 권력을 줄 수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