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종빈
우리에게 영화 '슈퍼맨'으로 잘 알려진 미국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는 지난 1995년 낙마(落馬) 사고로 척수가 손상되어 팔다리가 모두 마비되었다. ‘쿵따리샤바라’를 부른 인기가수 '클론'의 강원래씨도 지난 2000년 교통사고로 척수를 다쳐 가슴 아래 부위가 완전히 마비되었다. 의식은 크리스탈처럼 맑지만 손상 부위 이하로는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고, 손발을 꼼짝도 할 수 없어서 대소변도 남의 도움으로 받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척수손상은 일반인들에게는 이들 두 사람의 이야기로 최근에야 널리 알려졌지만, 기원전 5000년 경의 파피루스에도 '불치의 병'으로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트라팔가 해전에서 나폴레옹의 프랑스 함대를 격파한 영국의 넬슨 제독도 전투 중에 입은 총상으로 척수를 다쳐 죽음에 이르게 된다. 당시의 넬슨 제독은 그의 외과의에게 'Beatty 선생! 다친 후로는 제 가슴 아래쪽은 전혀 움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감각도 없어졌습니다'라고 말하였고 그의 외과의는 'Nelson 경! 불행하게도 저희 나라에는 당신을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등골이라 부르는 척수는 등뼈 즉, 척추의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척수는 45cm 가량의 백색의 가늘고 긴 원통 모양으로 뇌와 온몸의 말초 신경들을 연결하고 있다. 척수는 신체의 말초신경에서 감지한 외부자극을 뇌로 전달하고, 뇌의 운동신호를 다시 신체 말단으로 전달하는 인체의 '정보고속도로' 이다. 척수가 손상되면 이러한 '정보고속도로'가 마비되어 손상된 자리를 통과하는 감각신경이나 운동신경의 전달에 장애가 일어난다. 따라서 의식은 멀쩡하지만 손상된 부위 아래쪽 신경의 지배를 받는 부위가 완전히 마비돼 움직이지도 감각을 느끼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남의 손으로 받아내야 하는 신체적, 정신적 감금 상태가 되는 것이다.
척수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척수를 다친 경우에는 적극적인 재활 치료를 통하여 보다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할수 있다. 예를 들어 하지가 마비 되어 걸을 수 없는 환자들을 휠체어를 사용하여 이동하게 할 수 있게 한다든지, 손가락이 마비되어 음식을 집거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 보조기를 장착하여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활 치료는 환자들로 하여금 신체적, 정신적인 감금 상태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진정한 목표가 있다. 따라서 척수 손상의 재활 치료는 휠체어를 이용하여 이동을 하거나, 보조기를 사용하여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물리적인 재활을 넘어, 환자가 장애로 인한 깊은 상처에서 벗어나 대인 관계를 회복하며, 다시 사회에 참여하여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하기 위한 포괄적인 과정이다. 그러기에 척수 손상의 재활 치료는 환자와 의료진 뿐 만 아니라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필요로 한다.
아직까지 손상된 척수를 완전히 치료하거나 재생하는 방법은 없다. 기원전의 파피루스에서 70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척수 손상은 불치의 병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척수손상에 대한 재활의학 영역의 많은 발전으로 예전과 달리 재활치료를 받은 대부분의 척수손상 환자들은 일반인과 같은 수명을 살 수 있으며, 휠체어나 보조기를 사용하여 얼마든지 독립적이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다만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이 작은 장애를 더 큰 장애로 보이게 할 뿐이다. 이제는 우리가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이라는 ‘불치의 병’을 고쳐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