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수원시를 방문한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단을 보는 순간 또 다시 그날의 감동이 솟아올랐다. 남과 북의 여성 선수들이 단일팀을 이루어 세계 강팀들과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던 경기 장면은 승패를 떠나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5전 5패, 성적은 초라했다. 그러나 스포츠가 아름다운 것은 위대한 패자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단일팀이 그랬다. 국민들은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분전하는 모습, 헤어지는 날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바다를 이루는 장면을 보며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가슴에 새겼다.
이처럼 뉴스의 초점이 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었지만 현실은 암담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빙판의 우생순’을 꿈꾸는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었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 돌아갈 소속팀이 없는 것이다. 이에 수원시가 1월23일 국내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인 가칭 ‘수원시청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창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운영하는 국가대표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수들이 앞날에 대한 부담감을 갖지 않고 안정적으로 훈련에 전념함으로써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아이스하키협회도 적극 환영하면서 창단 초기 투자지원, 훈련장 배정 등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국대 선수들이 수원시를 방문한 날 수원시에서는 국제규격 아이스링크가 있는 수원시 복합체육시설 첫 삽을 떴다. 이 자리에서 염태영 시장은 아이스링크, 컬링장, 수영장, 실내체육관 등을 갖춘 수원복합체육시설을 시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생활체육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노태강 문체부 차관도 국내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창단하는 수원시에 고마움을 표한 뒤 “문체부도 수원시가 우리나라 동계 스포츠 발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수원시가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창단하겠다고 하자 많은 국민들이 이를 지지하고 환영했다. 반면 수원시의회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독단적인 수원시 결정이라며 반대했다. 어쨌건 여자하키팀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이끈 주역들이고, 수원시는 그들을 품에 안겠다고 발표했다. 수원시민들의 기대는 크다. 새라 머레이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 선수들이 수원시청 로비에 마련된 환영식장에 들어설 때 보여준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가 그것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