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잔인한 4월’이란 얘기를 익숙하게도 많이 한다. 해마다 제각각의 현안을 끄집어내어 잔인하다는 수식어를 붙이니 바야흐로 4월이 다가오면 “올해는 또 무슨 잔인한 소재가 언론의 화두로 떠오르려나” 살짝 긴장하며 지켜보는 습성이 생긴 것이다. 행여나 올해는 그냥 지나칠까 했던 기대는 참으로 보기 좋게도 허물어져 버렸다.
4월 초부터 비닐과 스티로폼 재활용품을 수거하지 않겠다는 수거업자들의 엄포 앞에 시민들만 속수무책으로 인질이 된 상태다. 그동안은 중국에 재활용품을 수출해오면서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지내왔던 것이 작년부터 중국 내에서 환경문제로 대두되면서 수입 거부 의사를 밝혀오자 정부는 마치 갑자기 몰아닥친 자연재해를 당한 양 대책 없이 허둥대는 촌극이 연출된 것이다.
1980년대부터 외국으로부터 재활용 쓰레기를 대량으로 수입해오던 중국 당국은 이미 지난해 7월에 플라스틱, 종이 등 24종의 고체폐기물을 2018년부터 수입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고, 급기야 올해 1월 1일부터는 예고한대로 수입금지 조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 그동안 무슨 배짱으로 도대체 무얼 믿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두꺼비 넋 나간 듯한 눈만 껌뻑이며 이 시점까지 왔단 말인가?
그동안 대한민국의 환경당국은 무얼 했기에 쓰레기를 당분간 집에다가 쌓아놓고 기다리란 말을 감히 국민들 앞에 하는가? 더구나 지금의 실생활에서 분리수거를 두고 주민과 아파트 관리인과의 언쟁으로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분리수거를 거부받는 상황에서 페트병과 폐비닐 등은 결국 종량제 봉투에 담을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 또한 과태료 처분을 받는 불법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한순간 국민의 실생활에서 모순과 혼란 속으로 몰아버린 이번 사태는 참으로 납득하기 힘든 행정관리와 운영능력으로 비춰지며, 이는 무능함의 문제를 넘어선 그동안 국민들에 대한 그들의 마음가짐을 반증하게 하는 대목으로 느껴진다. 숱하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 국정과 행정의 방만함을 보면서도 넘어감은, 그것이 국민이 무지몽매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선의와 아량이며 인내였음을 알아야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와 행정을 이끄는 이들에게 묻는다. 그동안 국민으로부터 꼬박꼬박 세금은 거둬가면서도 환경정책의 고육지계라는 어설픈 계몽주의를 내세워 오랜 세월 동안 쓰레기 처리비용마저 국민에게 부담 지워 온 정부가 조금이라도 미안한 생각은 안 해 봤는가?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입에 발린 명분을 앞세워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린다고 벌금까지 거둬가면서, 법치국가에서 법을 집행하는 그대들의 행위가 이중과세라는 법의 모순을 저지른다는 사실에 그대들의 가슴 한 구석에서 한 번이라도 부끄러운 마음이 고개를 쳐들지는 않던가?
고액체납자들의 신상을 언론에 공개하여 망신주기를 하는 만큼, 그대들은 한 번이라도 선량한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인 혈세의 조세사용내역에 대해 국민 앞에 보고한 적이 있는가? 그럼에도 국민들은 몰라서가 아니라 국정운영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도와야 한다는 선의의 아량으로 눈감아 주고, 하고 싶은 말을 그동안 참아왔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위정자들이 툭하면 국민의 권익도 아닌 당리당략을 위해 불요불급(不要不急)하고 허접한 사안을 들이밀어 논란을 부추겨 국론분열을 자행하는 것을 보면서도, 정작 심각한 국정 및 조세부조리에 대해서도 눈감아주고, 인내하는 국민들의 나라를 위한 충정을 진정 업신여긴단 말인가? 작은 행정에서도 신뢰를 얻을 때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걸린 살얼음판과 같은 국제외교와 안보의 당국의 행보에 대해서도 국민의 신망을 얻는 법이다.
우리는 지식과 정보소통이 더욱 빠르고 밝아진 시대에 살고 있다. 국민의 시선은 던져진 공을 쫓는 개의 눈이 아니라, 공 던진 자를 향해 달려가는 범의 눈으로 호시(虎視)하고 있음을 위정자와 행정인들은 자각하며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