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고모
/정수자
대문간에 들자마자 울음부터 꺼내놓는
소년과부 재당고모 숨넘어가는 사설에
애꿎은 칼국수만 붇네
언닌 흥흥 흘겨대고
요릿집은 말치레뿐 빚쟁이에 쫓기는지
양자마저 뺏긴다고 오빠를 자꾸 부르니
뒤늦게 다정한 누이에
아버진 내 끔벅대고
사촌만 떵떵 찾다 코는 왜 여기 와 푸누
어머니 절구질에 처마 끝도 움찔움찔
그 저녁 모기나 때리다
별 웃는 소릴 들었네
- 시집 ‘비의 후문’
한 가계의 서사가 두루 저러했음직하다. 이 시를 접하고 무릎을 친 사람이 어디 나뿐이랴. 내게는 친고모의 이야기가 겹친다. 속아서 한 결혼이 하필 전실 딸린 재취에 폐병쟁이, 그 옛날 신교육물 먹었단 신랑감과 그 집의 집채만 하다는 소여물솥만을 믿고 밀어붙인 할머니의 선택이 고모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어찌어찌 삼남매를 두고도 못 견뎌 보따리를 싼 날은 동구 밖에서부터 ‘어머니~’란 절규 가까운 호곡과 고꾸라지듯 버선발로 내닫는 할머니의 맞울음으로 야기되는, 그야말로 ‘아버진 내 끔벅대고’ ‘어머니 절구질에 처마 끝도 움찔움찔’하는 나날의 시작이었다. 아홉 식구가 열 식구로 늘어나면서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고모의 삶의 무게와 뒤섞여 어린 내게도 이중적 감정의 혼란을 부추겼었다. 어찌 보면 남보다 못할 수 있는 당고모임에랴. 시인은 이 상황을 능청스런 변주로 단박에 환치시킨다. 별이 웃다니! 하릴없이 모기나 때리다가 듣는 별 웃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궁금하다.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