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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목련이 피었는데 죄나 지을까

 

목련이 피었는데 죄나 지을까

/손현숙


하필이면 당신 방 창문 앞에

펑, 폭탄처럼 귀신처럼

허공을 말아 쥐는 나의 몰입

그것은 유혹이 아니라 발정이다

얌전하게 입술 다물어 발음하는

봄 따위, 난간 위를 걷는 고양이 걸음으로

한바탕 미치면 미치는 거다, 뭐

오늘이 세상 끝나는 날이다 몸을 열어

한순간에 숨통 끊어져라 하얗게 할퀴는

꽃, 곱게 미쳐서 맨발로 뛰어내리는데

모가지가 허공에 줄을 맨다

- 손현숙 시집 ‘일부의 사생활’ 중에서


 

 

 

봄의 전령은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아하게 피어나는 목련이다. 화자는 왜 목련이 피었는데 죄 지을 생각을 하고 있을까? 죄의 유형도 여러 가지인데 어떤 죄목인지 자못 궁금하다. 시속에 등장하는 시어 ‘몰입’과 ‘발정’은 어쩌면 독자들로 하여금 야한 생각을 하게 하는 함정일 수 있다. 봄의 상징인 꽃을 끌어내고 꽃의 상징인 어떤 에로틱함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봄은 그만큼 마음이 흐트러지고 몸과 마음이 열리는 계절인 것이다. 화자는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me-too의 계절, 봄이라는 것을 예언하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간극의 예의를 지켜야 할 것 같다.

/정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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