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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모래지치

 

모래지치

/진란

네게로 흐르는 것을 멎기 위하여

말을 닫고, 바람과 바람 사이로

섬과 섬 사이로

사람과 사람 사이로

멀리 떠돌았던 것이다

모래도 지쳐서 쌓이는 곳

바닷내음 다 날려버리고

그리움의 알갱이끼리 쌓이고 뭉친 곳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

익숙한 네 눈동자가 설핏 보였던가

뜨거운 입술만 타투처럼 남아

신두리 사구에 뿌리 깊게 묻혔던가

심장 속에 싸그락거리는 모래꽃 같은


 

 

 

봄을 만끽하고 있을 때 시인의 잃어버린 시를 만난다. 홍진에 열꽃 뿜듯, 꽃으로 쏟아내어 소리없이 봄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태안반도 신두리에 가면 거대한 사구가 있다. 시인은 뿌리 내리기도 힘들어 보이는 모래 틈에 자리를 잡고 피어있는 작은 모래지치 꽃을 보며 그리운 무엇을 생각하며 마음이 뭉클했나보다.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끝나지 않은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다시 떠돌다 바다에 가면 그리워지는 무언가가 또 있을 것이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를 간절하게 사랑한 기억 같은 것도 만나게 된다. 사람들에게는 지성과 의지 고뇌와 갈등을 빚는 계절에서 이 잔인한 사월의 봄날이 화사한 바깥으로 오늘 안부를 나누는 인사를 전해보자.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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