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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태풍도 때로는 어리숙하다

 

태풍도 때로는 어리숙하다

/장철문

이번 태풍은
달이나 세수시키고 갔다

착해빠져서
육지에는 발도 올려놓지 못하고
피도를 시켜서
방파제나 몇 번 때리고
갔다

그냥가기는 서운해서
어미 손으로
싹 훔쳐낸 아이 얼굴처럼
달이나 세수시켜 놓고 갔다

- 현대시학 / 2017년 1월호

 

 

 

역대급 태풍을 기억하시는지요? ‘매미’나 ‘루사’, ‘사라’처럼 청순한 여인네 같은 이름임에도 이 땅을 할퀸 상처와 인명, 재산 피해는 엄청났지요. 연례행사인 듯 덮치는 태풍의 위력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확인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 가공할 만한 태풍이 어리숙하다니요. 흡사 간절히 태풍을 기다린 듯한 이 싯귀는 우리들의 통상적 인식을 단번에 뒤집습니다. 정말 착해빠지군요. 달이나 세수시키고 방파제나 몇 번 때리고 가다니, 도저히 태풍에 걸맞지 않는 이런 발상의 시선은 혹 패러독스기법일까요. 아니면 태풍의 순기능이 그립기도 해서일까요? 수자원확보나 해수 및 대기 정화와 지구위도상의 고른 열평형의 기여 등. 태풍은 인간에게는 위협적이지만 우주적으로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자연현상일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태풍 ‘네삿’이 타이완 해상에서 북서로 진행하고 있다는 예보인데 건들바람 불고 미세먼지가 싹 사라졌네요. 그래도 이쯤에서 무사히 한반도를 비켜가는, 달이나 세수시키고 가는 어리숙한 놈이기를 빕니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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