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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별이 지다’

수원시 남창동엔 지금도 1937년 건립된 제법 큰 규모의 한옥이 있다. 1961년 신상옥감독은 이곳에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는 영화를 촬영했다. 주연은 35살의 배우 최은희. 그는 구습의 범절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청상과부 역할을 애절하고도 심도있게 묘사해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이 영화로 그는 제5회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당대 톱스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 시기는 한국 영화의 황금기였다. 최은희는 그 중심에 있었던 배우로서 지금도 올드 팬들에겐 기억이 생생한 명작 영화의 여주인공을 도맡아 했다.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줄잡아 130여 편의 영화에서 활약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특히 신상옥 감독과 함께한 ‘춘희’(1959), ‘로맨스 빠빠’(1960), ‘백사부인’(1960), ‘성춘향’(1961), ‘로맨스 그레이’(1963) 등의 영화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1967년엔 ‘공주님의 짝사랑’을 연출, 여배우 출신 국내 첫 감독이라는 명예도 얻었다. 그리고 영화제작소 ‘신필름’을 운영하고 안양예술학교를 설립하는 등 한국 영화의 눈부신 한 시대를 이끌었다.

그는 한반도 분단 상황을 극적으로 체험하며 남과 북 모두에서 영화 활동을 한 드문 배우이기도 했다. 1978년 초 홍콩을 방문 중이던 그는 종적 없이 실종됐고 그해 가을 신상옥 감독까지 사라졌다. 이들이 북한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1984년 안기부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한 납치’라고 공식 확인하면서다. 그 이후 남편과 함께 북한에 머물다 8년 만에 극적으로 탈출 하는등 웬만한 영화보다도 훨씬 더 영화처럼 삶을 살았다.

1926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난 그가 16일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평소 대스타답지 않게 겸손함을 잃지 않으면서 생전에 못 이룬 영화인으로서의 꿈을아쉬워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김도향의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라는 노래를 제일 좋아했고, 이 노래를 장례식장에서 틀어 달라고 부탁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팬들의 가슴속에 ‘바보’가 아닌 은막의 큰 별로 기억되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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