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
멍들거나
피흘리는 아픔은
이내 삭은 거름이 되어
단단한 삶의 옹이를 만들지만
슬픔은 결코 썩지 않는다
옛 고향집 뒤란
살구나무 밑에
썩지 않고 묻혀 있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흰 고무신처럼
그것은
어두운 마음 어느 구석에
초승달로 걸려
오래 오래 흐린 빛을 뿌린다.
- 김영석 시집 ‘썩지 않는 슬픔’ / 창작과비평사
흙수저 금수저 은수저 등 수저 論이 우리 마음을 흔들어 놓곤 한다. 과연 개천에서 용이 난다던 때처럼 지금도 멍들거나 피 흘리는 아픔이 삭은 거름이 되고 강장제가 되어 더욱 단단한 삶의 옹이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슬픔은 쉽게 퇴비화되지 않는다. 결코 썩지 않는다. 우리들의 본향은 어머니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듯, 슬픔이라는 것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서 오래오래 흐리지만 강한 빛을 뿌리는 것이다.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