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관심 소홀 틈타
생활 직결 가공식품 인상 합류
물가잡기 ‘선거전’ 새 변수로
시민 “아예 선거를 없애자”
“물가인상 대란의 원흉”
눈치 보는 경쟁 업체들
“변수 없으면 도미노 예고”
“치킨, 햄버거, 커피, 김밥에 영화관람료, 맛동산, 스팸까지 줄줄이 오르는 걸 보니 선거철이 됐다는 게 실감이 나네요.”
6·13 지방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음료와 소시지, 과자, 생수 등 생활과 직결된 가공식품들이 앞다퉈 인상대열에 합류해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올 초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내세워 치킨, 햄버거, 커피, 영화관람료 등의 가격인상으로 시작해 ‘식탁물가’와 직결된 감자, 무, 오징어 등의 가격급등에 이어 선거를 앞두고 식음료가공 기업들까지 인상 대열에 가세, 물가잡기가 선거전의 새 변수 떠올랐다.
8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인기 음료·소시지·과자의 가격이 이달 초를 전후해 최대 20%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부터 동아오츠카의 데미소다(250㎖) 가격이 1천200원으로 20% 오른 것을 비롯해 포카리스웨트 620㎖와 1.5ℓ용량 가격은 각각 2천300원, 3천500원으로 4.5%와 6.1% 비싸졌다.
대표 생수 중 하나인 해태htb의 평창수 프리미엄(500㎖)과 강원평창수(2.0ℓ)는 950원과 1천400원으로 기존보다 각각 11.8%와 16.7% 인상됐고, 포도봉봉과 파인애플봉봉(240㎖)은 700원에서 800원으로, 코코팜피치핑크복숭아(240㎖)는 900원에서 1천원으로 올랐다.
진주햄은 인기 소시지 천하장사(50g)를 1천400원에서 1천500원으로 7.1% 올렸고, 해태제과는 오예스와 맛동산, 웨하스 등 5개 제품의 가격과 중량을 조정해 중량당 가격을 평균 12.7% 인상했다.
또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부터 냉동만두와 햇반, 스팸의 가격을 각각 평균 6.4%, 9%, 7.3%씩 인상했고, 코카콜라음료도 지난 2월 콜라 등 17개 품목 출고가를 평균 4.8%씩 가격을 올렸다.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인상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총선이 있던 지난 2016년 비슷한 무렵에도 풀무원, 빙그레, 롯데제과, 오비맥주 등 대규모 가공유통기업들의 가격인상 붐을 떠올리면 인상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북핵폐기 등 대형 이슈 등의 연이은 발생과 전국 단위 선거철을 맞아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관계당국의 주의가 덜한 시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 아니냐는 반응마저 나온다.
시민 김모씨는 “공교롭게도 선거철만 되면 도미노 가격인상이 이뤄진다”면서 “일방적인 인상율이나 천편일률적인 인상 이유도 납득이 안되고, 차라리 선거철이 물가인상 대란의 원흉이라면 아예 선거를 없애는 게 나을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1위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자 눈치를 보던 경쟁업체들도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며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인상바람이 한동안 도미노처럼 휩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기자 90vi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