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부’로 살고 있습니까?”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면 고민이 필요 없는 질문이다. 그런데 질문을 다시 보자. ‘결혼 생활’이 아니라 ‘부부’에 대한 질문이다. 많은 사람이 ‘부부’가 아니라 그냥 ‘결혼 생활’을 한다. 그것을 잘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여러분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 혹시 부모 역할이나 경제, 가사, 육아 등 노동자 역할은 아닐까? 정말 ‘부부’로 살고 있을까?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서 부부 사이에 원가족, 자녀, 직장 등 다른 존재가 개입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진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될 때까지 행복하자고 시작한 결혼 생활이 부부가 아닌 다른 것을 위한 삶이 되어버린다. 이 난관을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 필요하다. 바로 부부 사이에 개입된 것에서의 ‘독립’이다.
부모, 형제, 자매 등 원가족은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다.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원가족이라도 부부 사이에 들어온다면 부부 행복에 도움이 안 된다.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는 ‘독립’이 필요하다.
먼저, 정신적 독립이 필요하다. 살다 보면 이직, 이사, 창업 등 가족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선택을 한다. 그때 배우자와 함께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원가족의 의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정신적 독립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물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자기 생각보다 원가족 의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자를 발견할 경우 부부갈등이 생긴다. 마마보이, 파파걸 같은 사람과 인생을 함께하고 싶을까?
둘째, 경제적 독립이다. 원가족으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결혼을 준비할 때 남자나 여자나 부모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또 살다 보면 실직, 사업 실패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접하기도 한다. 그때 원가족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부부관계에 영향을 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제적 도움을 주었다고 원가족이 배우자보다 중요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보다 원가족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배우자, 함께 할 수 있을까?
셋째, 공간 독립이다. 원가족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부부만의 공간에 쉽게 들어올 수 있다면 공간 독립이 안 된 것이다.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 하더라도 원가족이 부부 공간에 쉽게 들어올 수 없다면 공간 독립을 한 것이다. 결혼 후 생활하는 장소는 부부만의 공간이다. 원가족이라도 부부만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배우자는 많지 않다. 나의 원가족이지 배우자의 원가족은 아니다. 배우자에게 그것을 기대한다면 부부 갈등은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정서적 독립이다. 여러분은 삶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서를 누구와 먼저 나누는가? 이전 칼럼의 ‘정서적 외도’에 대한 이야기처럼 정서적 외도의 대상은 원가족도 포함된다. 기쁠 때마다 어머니와 먼저 나누고, 화날 때마다 동생과 먼저 해결하고, 슬픈 일은 아버지에게 먼저 이야기하는 배우자. 웃는 것도, 우는 것도 당신은 항상 두 번째 혹은 세 번째다. 그런 배우자와 함께 할 수 있을까?
‘독립’은 부부 행복의 필수 조건이다. 그리고 부부의 독립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원가족의 ‘독립’이다. 나와 배우자가 독립되었어도 원가족의 독립이 함께 되지 않으면 부부의 독립은 어려워진다. 우리는 어렵더라도 부부로 사는 한 부부 중심으로 살겠다는 것을 원가족에게 알려야 한다. 원가족이 그 이야기를 들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여전히 나에게 의지하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가족이 나와 배우자에게서 독립하지 않으면 부부 중심의 삶은 남의 이야기가 된다.
배우자 역할보다 원가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부모 역할, 노동자 역할이 끝나는 순간 부부 관계도 함께 끝날 수도 있다. 이혼하는 부부 중 20년 이상을 함께 한 부부의 이혼율이 가장 높은 이유는 부부 중심의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로서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