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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강 대 강 대치와 민주주의의 위기

  • 신율
  • 등록 2025.08.06 06:00:00
  • 11면

 

민주당의 신임 당 대표로 정청래 의원이 선출됐다. 처음부터 그가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명심’은 박찬대 후보에게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고, 박 의원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지지 또한 견고하다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찬대 후보는 낙선했고,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정청래 후보가 당선됐다.

 

경선 과정은 물론 당선 이후 정청래 대표가 보여준 태도는 매우 강경하다. ‘내란 당은 해산시켜야 한다’, ‘사과와 반성 없이는 악수할 수 없다’는 발언만 봐도 그의 대야(對野) 강경 입장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점은 정청래 신임 대표가 국민의힘을 인사차 예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금까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당장 국민의힘을 찾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주요 정당의 새 대표는 선출 후 이틀 이내에 상대 정당을 예방하는 것이 관례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정 대표의 인식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내란 세력이며, 반성조차 없는 내란 정당이기 때문에 협치나 정치적 파트너로 볼 수 없는 존재다. 그런 상대를 인사차 방문한다는 것은 정 대표의 관점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설령 정 대표의 판단과 주장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이러한 강 대 강의 대치는 정치 자체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 시기에도 정치는 실종됐었다. 야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고, 대통령은 이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며 정치는 점차 실종됐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법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여권은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걸림돌 없이’ 실현할 수 있는 국면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였고, 제22대 총선 지역구 기준으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득표율 차이는 불과 5.2%P.에 불과한데, 여권 지지층의 목소리만 반영되는 정치가 지속된다면, 국민의힘을 선택한 유권자의 의사는 배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소수의 의견을 정치 과정 속에 반영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사라진 곳에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계몽’뿐이다. 그러나 ‘계몽’이라는 방식이 설사 시도된다 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대중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사회적 불안만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민주당은 ‘선(善)’은 자신들뿐이라는 독선적 사고를 벗어나야 하고, 또한, 국민의힘이 아무리 무능하고 과거 내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이들을 전면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의 ‘건전 세력’과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한동훈 전 대표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계엄 해제에 앞장섰던 정치인도 있었고, 소수지만 탄핵에 찬성한 인사들도 존재했다. 이들이 있는 한,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체를 싸잡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살아 있어야 여권도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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