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권은 중도 표심 확보에 사활을 건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도층뿐만 아니라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일은 선거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5월 1일 발표된 ‘전국 지표조사(NBS)’ 결과(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설문에서 ‘의견 유보’ 응답은 18%였다. 직전 조사(23%)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통계적 오차 범위 내 변화에 불과하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응답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2017년 19대 대선과 2022년 20대 대선을 한달 여 앞둔 시점의 한국갤럽 조사에서 의견 유보층은 10%에 머물렀다. 정치권은, 현재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후보 선택을 망설이는지를 파악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약속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표심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유보층과 중도층이 요구하는 핵심 의제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전국 각지를 돌며 이른바
헌법재판소는 4월 4일 오전 11시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한다. 그동안 헌법재판소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온갖 지라시가 난무할 수밖에 없는데, 그 지라시 속 주장들은 대체로 근거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내부에서 무언가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애초에 민주당은 이번 계엄 사태가 명확하고 간단한 사안이므로 탄핵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정도였지만, 선고 시점이 4월 4일까지 늦춰진 것을 보면, 헌재 내부에서 뭔가가 있었다고 추론하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라시에서 등장하는 ‘5:3 기각설’을 단순한 가짜뉴스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5:3 기각설’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각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4:4의 의견 분포라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4:4라면 마은혁 후보자가 임명되든 그렇지 않든, 기각은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6:2로 탄핵 인용이 확실한 상황이라도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은혁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합류가 인용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헌법재판관들의 의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각종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공해에는, 미세먼지와 같은 공해 문제도 있고, 자동차와 같은 소음 공해도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정치권에서 발생하는 공해에도 시달려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소음 공해와 정치적 공해가 합쳐지는 모양새다. “헌법 재판관들을 처단하라”, “"공수처, 선관위, 헌법재판소,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고 있다. 이 모두 때려 부숴야된다. 쳐부수자!", "지금 윤석열이 온갖 거짓말을 하고 잔꾀를 부리고 어느 신부님 말씀대로 'X랄 X광'을 하고 있지만 윤석열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등등의 말들은 정치 공해와 소음 공해가 합쳐진 전형적인 모습이다. 물론 진보, 보수 각 진영의 적극 지지층들은 자기 진영의 이런 소리를 소음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원한 ‘사이다 발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도층들은 이런 발언을 들으면 정말 피곤함을 느낄 것이다. 동아시아 연구원 측의 조사(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월 22일부터 23일까지 18세 이상 1514명을 대상으로 웹 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2%P.)에 따르면, 현
요새는 헌법 혹은 법률과 관련한 논란이 유독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가장 먼저 등장한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선포에 필요한 법적 요건을 갖추었는가 하는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 선포의 법적 요건이란, 첫째 비상계엄을 심의할 국무회의가 합법적으로 개최됐는가 하는 부분, 둘째, 법적으로 계엄 선포 직후 이를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했었는가 하는 부분을 말한다. 여기에다 포고령의 위헌 문제까지 합하면 정말 다양한 법적 논란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논란도 큰 문제인데, 이제는 공수처 문제까지 등장한다. 공수처는 본래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직권남용 수사의 연장선에서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다며 자신들의 수사권을 주장했고, 결국 사건을 이첩 받았다. 이로써,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꼴이 됐다. 직권남용에 대한 수사가 주(主)가 되고 내란죄 수사가 직권남용 수사에 종속된 꼴이 됐다는 뜻이다. 여기에 그치면 모르겠는데, 이제는 체포 영장과 구속영장의 발부 주체가 문제가 됐다. 본래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이든, 구속 영장이든 서울중앙지법에 청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월 5일 아시아투데이가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1월 3일부터 4일까지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ARS 조사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로 집계된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만 여권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6일에 발표된 에너지 경제 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1월 2일과 3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ARS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4.4%를 기록했다. 이런 여론조사의 결과만 놓고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대항해,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해당 여론조사들이 ARS 조사라는 점이다. ARS 조사는 기계음이 묻는 문항에 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응답층 대부분은 정치적 고관여층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진보·보수
지난 12월 3일 22시 30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무엇이든, 대통령의 이런 행위는 많은 국민들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결국 4일 새벽 1시경 대한민국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재석 의원의 100% 찬성으로 가결했다. 같은 날 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얼마 전까지 정치권에서 주목했던 것은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 얼마나 많은 이탈표가 나올 것인가 하는 문제였는데, 이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과연 국회를 통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주목거리다. 4일 오전 국민의힘은 의원 총회를 열고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내각 총사퇴와 국방장관 해임 그리고 윤 대통령 탈당을 요구했지만, 탈당 문제는 이견이 있어, 현재 한덕수 총리에게 탈당 요구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은 국민의힘 전체가 반대하고 있다. 이렇듯 탈당은 요구하지만, 탄핵에는 반대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무정부 상태를 방치할
‘법적 영역’과 ‘인식의 영역’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인식의 영역’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현장을 다수의 국민들은 두 눈으로 확인했었다. 이것이 법적으로 불기소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은 틀린 법적 판단은 아닐 수 있지만, 국민의 ‘인식의 영역’에서는 불기소 처분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역시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이런 검찰의 판단 역시 국민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바로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시절 명태균 씨와 통화했던 녹취가 공개됐다는 것인데, 이번 녹취에서 드러난 사안만 놓고 보면, 탄핵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아무리 당선인 시절이었다고 해도 당선인의 이런 발언을 ‘좋게 말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대통령은 명태균 씨와의 관계를 경선 이후에는 끊었다고 말했는데, 통화 시점이 대통령 취임 바로 전날인 2022년 5월 9일이었다고 한다면, 국민들은 이를 두고도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
미국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기고문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조만간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면서도 "북한이 향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극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키웠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적대 국가로 규정하고, 북한 헌법에서 영토 조항을 수정한 것으로 보이는 등,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예상을 증명하려는 듯, 지난 11일 북한의 김여정은 북한 외무성의 중대 성명 발표에서 “한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우리의 무인기가 자신들의 영공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중대 성명을 내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라고 주장했는데, 김여정의 위협은 바로 이런 주장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협박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북한이 자신의 방공망이 뚫렸음을 자인하면서까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한
민주주의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는 바로 ‘협상’이다. 협상을 통해서만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를 위해서는 타인의 양보를 받아내고 자신도 양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효율적인 제도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를 만들어낸다.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과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어, 합의에 다다르면 협의 당사자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협상에는 일단 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충실한 행동인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작금의 의정 갈등의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주무 부서 장·차관의 대응 능력도 문제지만, 불과 두 주 전에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재논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가, 이번에는 원점 재논의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입장을 180도 선회한 대통령실도 문제다. 그럼에도 어쨌든, 대통령실이 뒤로 물러섰으니, 협상의 상대방인 의사들도 한발 양보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 첫발은, ‘여야의정’ 협의 기구에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투표율을 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온라인 투표율은 당 대표 선거가 26.47%, 최고위원 선거 투표율은 27.12%였다. 호남의 온라인 투표율을 살펴보면, 전남 지역이 23.17%, 전북은 20.28%, 광주는 25.29%였다. 민주당은, 이런 호남지역 투표율이 지난 2년 전 전당대회 당시보다는 높아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호남에서의 권리당원 투표율이 전국 평균을 밑돈다는 점이다. 여기서 여론조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8일 공개된 전국 지표조사(NBS)(8월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호남지역에서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7%였다. 일반적으로 특정 정당의 지역 기반이라고 부른다면 60% 이상의 지지율은 나와야 한다. 그런데 호남 지지율이 37%에 머물 뿐 아니라, 호남의 투표율도 저조하니, 민주당은 내심 고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호남은 민주당에게 단순한 지역 기반만을 제공하는 곳은 아니다. 호남은, ‘광주 민주항쟁’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