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의 범인 장윤기의 혐의가 단순 살인에서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됐다. 검찰이 보완 수사를 통해 장윤기가 성폭행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여고생을 살해한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만약 검찰의 보완 수사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단순 살인으로 기소됐을 가능성이 컸다. 단순 살인은 법정형의 하한이 징역 5년에 그치지만, 강간 살인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해진다. 검찰의 보완 수사가 없었다면 흉포한 범죄자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뻔했다. 4년 전 ‘묻지마 폭행’으로 알려졌던 ‘부산 돌려차기 사건’ 역시 성폭행을 노린 범죄였음이 보완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처럼 검찰의 보완 수사는 피해자 보호는 물론, 억울하게 처벌받을 수 있는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검찰의 보완 수사권이 필요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경찰은 대한민국에서 수사 권한을 가진 사실상 유일한 기관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간첩 사건부터 사소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건을 수사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경찰 수사에 문제점이나 비리 의혹이 있더라도 그것이 밝혀지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경찰이 견제받지 않는 수사권을 행사하게 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흘렀다. 취임 초 이재명 정부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내란 극복’이었다. 지난 1년간 내란 관련 재판은 계속 이어져 왔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2심에서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이른바 2차 종합 특검도 진행 중이다. 해당 특검은 오는 6월 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공개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사복 차림이더라도 포승줄에 묶인 채 소환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사안들은 내란 청산 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내란은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 모두를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수사와 재판의 속도는 신속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내란 청산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들 수 있는 이유는 청산 작업이 1년을 넘기게 되면 국민들이 ‘내란 피로증’을 호소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수사와 처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상황이 조성될 경우, 이른바 ‘윤 어게인’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핫플'로 떠오르는 지역이 바로 경기도다. 그중에서도 평택을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상당하다. 이 지역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우선 거론할 수 있는 것은 다수의 유력 후보가 경합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에서는 3선을 지낸 유의동 전 의원이 출마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용남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조국혁신당에서는 조국 대표가 출마했고, 진보당에서는 김재연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황교안 전 총리까지 해당 선거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처럼 다수의 후보가 각축을 벌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목이 쏠리는데, 출마자들 간의 상호 관계 또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먼저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 후보의 관계가 흥미롭다. 김용남 전 의원은 과거 '조국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정치인이다. 이러한 양자의 적대적 관계를 고려하면, 조국 후보가 민주당과의 선거 연대 혹은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두 후보 사이의 앙금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 지도부가 김용남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는 점을 조국 후보는 주목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만일 민주당이 단일화를 염두에 두었다면 조 후보와 갈등이 없는 다른 인
지금 국민의힘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선거 구도는 이미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안착돼 가고 있고, 선거에서 야당의 무기인 바람(風)이 일으킬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그렇다고 후보자의 역량에 기대를 걸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천 과정을 보면 국민의힘이 애처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공천 과정에서는 항상 잡음이 있어 왔지만, 이번 컷오프를 둘러싼 잡음은 잡음이 아니라 굉음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컷오프의 기준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여론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컷오프를 단행하니 당사자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사법부로 문제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치의 사법화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음에도, 지금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결정에 의하지 않고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치의 본연의 목적은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다. 사회적 갈등은 무한 투쟁으로 번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규칙이 존재하는 정치라는 이름의 ‘링’ 위에 사회적 갈등을 올려놓고 정당이 대신 싸워 줌으로써 사회적 갈등이 무한 투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런
지난 3일 국민의힘은 이른바 사법 개혁 3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을 벌였다. 제1야당이 해당 법안에 항의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법 개혁 3법, 즉 법 왜곡죄 도입과 재판소원 제도 도입, 그리고 대법관 증원법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법안이기 때문이다. 법 왜곡죄는 법관이나 검사의 소신 판결 혹은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재판소원의 경우에도 성립 요건에 관한 세부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 재판이 헌법이나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심리가 이루어져 기본권을 침해당한 경우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구성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재판소원이 제기될 경우 형사·민사·가사·행정 등 각종 판결의 효력이 즉시 정지되는 것인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이처럼 법안 자체에 상당한 쟁점이 존재하므로 제1야당으로서 적극 반대할 수 있고, 도보 행진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이러한 저항 행위가 실제로 여
요즘 거대 양당을 둘러싸고 자주 들려오는 말 중 하나는, 정당 내에서 특정 유튜버의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유튜버가 거대 양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이는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공당으로서의 역할 상실이다. 오늘날 유럽을 비롯한 다수의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정당은 대체로 포괄정당(catch-all party)의 형태를 띤다. 포괄정당이란 특정 계급이나 이념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계층과 이념을 지닌 유권자를 폭넓게 포섭하는 정당을 의미한다. 그런데 강경한 이념을 기치로 내건 유튜버가 특정 정당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면, 포괄정당이 아닌 1970년대 유럽 정당의 모습으로의 퇴행하는 기형적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튜버가 강경한 이념을 대변하지 않으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유튜버는 구조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진영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유튜브의 비즈니스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정치적으로 중도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경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자 논란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 관련 의혹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혜훈 전 의원의 장관 지명을 둘러싼 논란은 탄핵 반대 집회 참석 문제에서 출발해,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 '투기' 혹은 '투자' 논란 등 새로운 의혹들이 거의 매일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십여 개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된 데 이어, 공천 헌금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강선우 의원에게도 공천 헌금 관련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접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것이 사실이다. 공천 헌금 의혹에 대해 민주당은 '개인 일탈'로 사안을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과연 이러한 해명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다수의 국민이 이 문제를 일부 의원에 국한된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모두는 오히려 자신들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지방선거의 공천 헌금 실태 전수 조사를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당사자들도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어, 이런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고 전반적인 전수 조사는
비상계엄 선포라는 '친위 쿠데타'가 발생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아직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인지 여부는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필자는 이를 친위 쿠데타로 판단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부 강성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논리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다음의 비유를 통해 그 무리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주방장은 잘 드는 좋은 식도(食刀)를 원한다. 그좋은 식도를 가져야 회도 잘 뜨고 음식의 데코레이션도 수월해지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주방장이 자신의 식도로 손님을 위협한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가 된다. 즉, 주방용 식도가 자신의 소유라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범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아무도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펴지만, 그렇다면 '미수' 범죄는 성립될 수 없게 된다. 다치지 않았으니, 위협 행위가 위법한 행위가 안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더 나아가 계엄의 지속 시간을 들면서, 이렇게 짧은 내란이 어디 있느냐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시간의 장단이 본질을 결정
APEC이 막을 내렸다. 이번 APEC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외교는 과정보다 최종 결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잠수함 보유 논의를 진전시킨 점은 주목할 만하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성과 여부는 추후 판단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역시 양국 발표 내용에 차이가 있어 현재 시점에서 평가는 유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회담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선물 교환 과정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다. 정상 간 선물 교환은 단순한 의례를 넘어 외교적 메시지를 담는다. 선물에 담긴 상징성은 양국 관계의 맥락과 의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금관이 그의 '꿈'을 상징했듯이, 이번에 시진핑 주석에게 전달한 바둑판 역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는 11년 전 시 주석의 방한 당시 선물한 바둑알에 이은 것으로, 그의 취미를 고려한 맞춤형 선물이자 외교 관계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달할 당시에 양국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후 강제 종결 표결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만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 반복되자, 필리버스터 신청 정당의 출석을 일정 수준 의무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민주당 의원은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 표결 방식을 현행 무기명 투표에서 전자투표로 바꾸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표결 소요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움직임은 민주주의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게 한다.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비효율적인 이유는, 의견이 다른 상대를 설득하고 양보를 이끌어 내며, 동시에 자신도 일정 부분 양보하는 협상의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필연적으로 시간을 요구한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단순한 효율성의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추진 중인 필리버스터 관련 개정안은 결국 절차의 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이는 민주주의가 본래 비효율적인 제도라는 점을 간과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정당에 일정 수준의 '불편함'을 부과하려는 의도를 드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