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후 강제 종결 표결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만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 반복되자, 필리버스터 신청 정당의 출석을 일정 수준 의무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민주당 의원은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 표결 방식을 현행 무기명 투표에서 전자투표로 바꾸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표결 소요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움직임은 민주주의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게 한다.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비효율적인 이유는, 의견이 다른 상대를 설득하고 양보를 이끌어 내며, 동시에 자신도 일정 부분 양보하는 협상의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필연적으로 시간을 요구한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단순한 효율성의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추진 중인 필리버스터 관련 개정안은 결국 절차의 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이는 민주주의가 본래 비효율적인 제도라는 점을 간과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정당에 일정 수준의 '불편함'을 부과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기엔 이런 문제의식이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결국 압도적 의석을 가진 다수당의 수적(數的) 횡포를 합리화 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를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리버스터의 본래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필리버스터는 의회 내 소수 정당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 중 하나다. 따라서 필리버스터는 소수의 정치적 입장을 제도에 반영하는 핵심 도구이며,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실현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점유한 현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는 소수 정당에 대한 일종의 '제도적 배려'로 기능하고 있고,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보완하는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표결 절차에 필리버스터 신청 정당의 일정 인원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한다면, 이는 그러한 '제도적 배려'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필리버스터 종결을 막을 수 없고, 민주당의 일방적 행보에 들러리 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표결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필리버스터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점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는 사실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투표 불참 시 벌금을 부과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강제 투표 제도가 보편화되지 않은 이유는, 투표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 정당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를 강제할 경우, 오히려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여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단순히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그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