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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김정은 방중과 우원식 의장 참석의 외교적 딜레마: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한국의 선택

  • 신율
  • 등록 2025.09.04 06:00:00
  • 13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차를 이용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다. 이번 전승절 행사는 '반서방 세력의 집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서방 진영은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맞서 '다자주의'를 강력히 주장해왔는데, 이번 행사에서도 그러한 기조가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국가원수는 물론 주요 인사들을 전승절 행사에 참석시키지 않았다. 아직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미국과 일본은 이번 행사에 주중 대사조차 참석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서방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의전 서열 2위 우원식 국회의장을 참석시켰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권력 서열 2위인 리창(李强) 총리와의 단독 회담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서 '안미 경중(安美經中)은 불가능하다'고 발언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다. 우리 언론은 우 의장과 김정은의 조우 여부에 주목하고 있지만, 양측 만남의 가능성 역시 극히 낮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북한은 우리나라와의 관계 개선에 큰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분석해 보면, 북한이 우리와의 대화를 시도한 것은 대부분 자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를 워싱턴을 향한 일종의 '경유지'로 활용했던 것을 들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파병 대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우리나라와의 관계 개선에 별다른 동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종료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전쟁 중 러시아는, 북한의 병력이 절실했기 때문에 상당한 대가를 제공했지만, 전쟁 종료 후에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현저히 축소돼 북한에 대한 전폭 지원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변화에 대비해 북한은 다시 중국 및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김정은의 방중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즉,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을 자극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대화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종전 이후 중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 김정은이 직접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을 수도 있다.

 

중국은 반서방 전선을 지나치게 강조해 미국을 자극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북·중·러 3자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 북·러, 북·중, 중·러 양자 정상회담은 각각 개최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이재명 정부의 노력은 국민들에게 널리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점은, 오늘날의 국제 질서가 '친중이냐, 반중이냐'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양분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정부 시절 박 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던 당시와는 국제 정세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이번 참석이 이런 새로운 국제 질서 속에서 갖는 외교적 함의에 대해 보다 신중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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