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형태의 아스피린을 개발한 사람은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다. 1897년 바이엘에 근무하던 호프만은 관절염을 앓던 아버지 때문에 특히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라실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약을 복용할 때마다 고통스러워 하는 아버지를 보며 연구를 거듭해 마침내 살라실산과 아세트산을 합성해 복용하기 편한 의약품을 개발했다. 호프만은 아세트산과 버드나무의 학명(spiraea)을 합성해 아스피린(aspirin)이란 이름을 지었다. 가루로 팔다가 1915년부터 알약 형태로 바뀌었다.
약품으로 출시 된 후 워낙 다양한 증상에 효과가 있어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약으로 꼽힌다. 지금도 매년 세계적으로 1조 알 이상이 팔린다. 해열 진통제의 대명사로 군림한 지 오래고 항염,항류머티즘제로도 쓰인다. 혈전을 억제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까지 예방한다. 최근엔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각종암을 억제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아스피린처럼 광범위한 질병의 예방 치료에 효험이 있으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은 흔치 않다.
하지만 효능과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도 그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복용자중 평균 6%가 위장 장애를 일으켰다거나 일부 영아에게는 급성뇌염을 일으켰다는보고도 있다. 천식환자, 두드러기 환자에겐 아스피린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어제(21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아스피린 누적 사용량이 많을수록 위암 발병률이 낮다고 발표해 의학계에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46만1489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7년간(2007~2013년) 추적 관찰 후 아스피린 누적 사용량과 위암 발병률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1~2년간 누적 사용한 경우 4%, 2~3년간 15%, 3~4년간 21%, 4~5년간 37%로 사용기간에 비례해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는 것. ‘만병통치’ 혹은 ‘기적의 약’이다, 아니다 논란 속에 아스피린의 새로운 효능이 계속 밝혀지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건강을 지키려는 현대인들에겐 좋은 소식일 듯싶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