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이우근
가을비 같았고
깨소금 같았고
은박지 같았고
시금치 같았고
찬물 한 그릇 같았다, 고
싶었던 스무 살 무렵도 있었습니다
이후로 지금까지 형편없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입니다
그렇지만 그냥 팽개칠 수는 없습니다
떠밀려 가더라도 손 내밀고,
혹은 끌려가더라도 드러누워 버팁니다
다만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사람들의 마을을 맑게 지켜봅니다
그 마음의 부동자세,
지속적이고 싶은, 다만 간절함으로.
- 이우근 시집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한 번쯤 떠올려보는 것이 자서전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 힘들게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의가 들 때, 혹은 지나간 아름다웠던 한때를 되새겨볼 때, 그러한 일들을 글로 남길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이며 또 다른 무언가를 향한 희망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도 우리가 자서전을 생각해볼 때 마음의 부동자세가 생긴다. 시인은 지나간 청춘이 깨소금 같았고 은박지 같았고 시금치 같았다 한다. 이후로 지금까지 형편없지만, 앞날을 생각한다. 그냥 팽개칠 수는 없는, 그리하여 다만 간절하고 지속하고 싶은, 그리하여 모든 것을 관조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삶. 어느 날 어느 시점에선가 우리는 이렇게 나를 성찰해봄으로써 무엇엔가 떠밀려가거나 끌려가더라도 버틸 수 있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