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3위·한국체대)이 2개월 반 만에 치른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정현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B&T 애틀랜타오픈 대회 사흘째 단식 2회전에서 테일러 프리츠(65위·미국)를 2-0(6-4 7-6)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5월 초 ATP 투어 마드리드오픈 1회전에서 탈락한 이후 발목 부상 때문에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정현은 이번 대회를 복귀전으로 삼았다.
그사이 열린 프랑스오픈, 윔블던 등 메이저 대회도 건너뛴 정현은 약 2개월 반 만에 출전한 ATP 투어 대회에서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 이날 곧바로 2회전부터 시작했다.
정현은 1세트 게임스코어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15-40으로 끌려가 위기를 맞았으나 이후 연달아 포인트를 따내며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냈다.
1세트 4-4까지 팽팽히 맞선 정현은 프리츠의 서브 게임을 처음으로 브레이크하며 승기를 잡았고 결국 6-4로 첫 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에서도 정현은 서로 한 차례씩 서브 게임을 뺏으며 타이브레이크에 돌입, 5-5에서 연달아 두 포인트를 따내 1시간 33분 만에 승리를 확정했다.
이날 승리로 정현은 5월 초 BMW오픈 4강 진출 이후 역시 2개월 반 만에 투어 대회 8강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즌 10번째 대회에 출전한 정현은 이 가운데 8개 대회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애틀랜타오픈에서 3번 시드를 받은 정현은 준준결승에서 라이언 해리슨(53위·미국)을 상대한다.
정현은 2015년 해리슨과 한 차례 만나 1-2(7-6 1-6 1-6)로 졌다.
1992년생인 해리슨은 정현보다 4살 많고 키는 185㎝로 정현보다 3㎝ 작다. 정현과 같은 오른손잡이로 지난해 세계 랭킹 40위가 개인 최고 순위인 선수다.
한편 정현은 부상으로 쉬는 사이 ATP 투어가 집계하는 위기관리(Under Pressure) 지수 부문 1위에 올라 ‘위기에 강한 남자’로 자리매김했다.
위기관리 지수는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살리는 확률, 반대로 자신이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혔을 때 막아내는 확률, 타이브레이크 승률, 마지막 세트 승률을 지수로 환산해 순위를 정한다.
정현은 이 부문에서 247.6점을 받아 246.9점의 니시코리 게이(20위·일본), 246.7점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4위·아르헨티나)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는 245.5점으로 5위,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은 238.7점으로 7위다.
정현은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가져올 확률 43.6%로 7위, 상대 브레이크 포인트를 막아낼 확률 65.2%로 19위에 올랐고 타이브레이크 승률은 69.6%로 4위를 기록했다.
또 마지막 세트 승률은 69.2%로 15위다.
정현은 ATP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위기 상황에서는 호흡을 가다듬고 평정을 유지하며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한다”며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는 것이 도움된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네빌 고드윈 코치 역시 “중요한 포인트에서도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경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라며 “그런 능력이 수치로 나온 결과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현은 10주 만에 승리를 따낸 이후 “두 달 정도 부상 기간이 있었는데 승리해서 행복하다”며 “날씨가 더워 힘들었지만 매 포인트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몸 상태에 대해 “두 달간 훈련을 충실히 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상대가 서브가 워낙 좋고 포핸드도 위력적이었는데 힘든 경기에서 이기고 코트에 복귀해 기쁘다”고 즐거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