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로 취임 보름을 맞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가 남다르다. 혁신방향 설정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계파 갈등을 잠재우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아 그동안 내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하는 ‘정중동’ 행보로 일관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를 ‘국가주의’나 ‘대중영합주의’로 규정하고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의 새 프레임을 짜는데 힘을 쏟았다.
노선 투쟁을 통한 ‘가치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또 계파 갈등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인적 청산은 뒤로 미뤘다.
의원들과는 ‘식사 정치’를 통해 소통에 공을 들였다. 당내 기반을 먼저 다지겠다는 뜻이다. 이로인해 전임 홍준표 체제와 차별화하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당내 평가가 나온다.
‘당의 안정화 작업’이 어느 정도 안착됐다는 평가와 함께 ‘어젠다 세팅’을 통한 개혁 방안 본격화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이날 국민과 소통하고 한국당에 대한 쓴소리를 듣기 위해 첫 현장 행보를 시작했다. 언론에 사전 공지 없이 비공개로 일정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3개 조로 나눠 서울 각지로 흩어져 새벽 시간 도보와 버스, 지하철, 택시 등으로 이동을 하며 전통시장 상인회 면담, 생화 도매시장 현장 민심 청취, 공시생과의 대화, 시내버스 기사 간담회 등을 했다. 이후 한자리에 모여 조별로 경험한 민심 청취 내용을 공유한 뒤 언론 브리핑을 했다.
보여주기식 민생 행보가 아니라, 실제 밑바닥 민심을 듣기 위한 취지라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아침에 저희가 나간 목적은 한국당을 혁신하고 바르게 세우는 데 참고가 될 따가운 말씀을 들어보기 위한 것”이라며 “야당이 빨리 견제력을 회복해 서민을 위하고 국가 전체가 제대로 돌아가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민심 청취를 위한 현장 행보를 이달 말까지 이어가는 한편 새 가치와 이념 정립 작업도 착수한다.
비대위 산하에 ▲당 가치 재정립 소위 ▲공천시스템 등 정치혁신 소위 ▲민생입법 소위 ▲정당개혁 소위 등 4개의 소위를 구성해 가능한 한 모든 의원이 참여하도록 하고 오는 20일쯤 열릴 당 연찬회에서 이들 어젠다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을 진행할 방침이다.
/최정용기자 wes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