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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의 시선]알권리와 사생활

 

어느 나라의 임금이 남모르는 심각한 고민이 있었는데, 귀가 당나귀 귀처럼 크다는 것이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부터 조금씩 커졌는데 커진 귀를 보여주지 않으려, 아프단 핑계로 국사에 참여하지 않고 신하들에게 위임하고 있었지만 평생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귀를 감출 큰 모자를 쓰기로 했다. 최고의 갓장이를 불러오게 하여 귀를 가릴 수 있는 모자를 만들라 하고 만일 소문을 내면 반드시 죽일 것이라 했다. 갓장이는 귀를 가릴 정도의 큰 모자를 만들어 바쳤다. 왕은 그 모자를 쓰고 정무를 보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갓장이였다.

왕의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발설 할 수가 없으니 벙어리 냉가슴 앓듯 심한 마음고생을 하며 지내야했고 결국 병을 얻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같으니 속 시원하게 말을 하고 죽자고 결심하고 한밤중에 뒷산의 대나무 밭 중심에 땅을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계속 소리를 지르자 속이 후련해지고 병이 나았는데,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대나무밭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렸고 궁궐은 난리가 났으며 왕은 서둘러 대나무를 자르라 했으나, 자라면 바로 그 소리가 또 들렸으니 결국은 온 나라 전체가 왕의 귀가 당나귀 귀라는 것을 알게 됐다.

현대적 관점에서 돌이켜 본다면 흥미로운 동화의 내용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다소 무겁고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개인의 사생활과 감추고 싶은 내용에 대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돼 버린 난감함은 상대에게는 가십거리로 여겨지겠지만 당사자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아울러 감추고 싶은 타인의 비밀스런 내용을 알고는 함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청문관련 당사자 본인과 가족에 관련된 일들로 인해 언론을 비롯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알권리(right to know)란 개개인이 정치 ,사회 현실 등에 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알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장관이 되기 위해서 그가 과연 그 자리에 적당한 사람인지 그동안 그 자리의 품격에 맞은 언행을 해왔으며 믿고 그 일을 맡겨도 되는 사람인지에 대한 것을 알고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라 생각된다.

문제는 인터넷과 SNS상의 찬반양론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여론 수렴과 더불어 또 다른 소통의 통로이다. 알권리와 표현권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그러나 이 표현권과 알권리가 가끔 우리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정신 건강에 상처를 준다는 것과 알려지지 않을 권리 또한 공존한다는 것도 인식해야한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처럼 크다는 사실이 모자로 감출 수 는 있으나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누군가는 또 다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며 결국엔 그 비밀을 털어놓음으로 모두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또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언론이 보도하는 기사의 내용보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표출하는 SNS상 댓글이 뜨겁다.

좌우진보 자기편의 논리에 본질은 외면되고 표독스럽고 감정적인 저급한 언어의 나열 경쟁을 하고 있는 듯 싶다.

댓글 저널리즘 역시 독이 될 수 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이념만으로 주장하는 것들은 사회의 정의를 현혹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미디어는 인간 감각의 확장”이라는 ‘마샬 맥루한’의 견해가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는 시대이다.

기술의 발전은 놀랄 만큼 인간의 감각을 확장시켜주었다. 그러나 미디어가 말초 신경만을 간지럽힐 뿐이라면 우리의 관심이 삐뚤어지지는 않았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알권리와 사실에 근거해 후사가 어떻게 진행 되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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