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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눈물이 필요할 때

 

김밥을 쌌다. 단무지와 계란 그리고 우엉, 햄 등 딸이 좋아하는 재료를 준비한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참기름과 통깨,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김발에 김을 얹고 밥을 넓게 편 다음 준비한 재료들을 얹고 정성껏 감싸 말아준다.

두툼한 김밥과 김 밖으로 나온 넌출 넌출한 재료들이 제법 식욕을 돋운다. 어떤 김밥은 옆구리가 터지기도 하고 어떤 김밥은 제법 전문가의 솜씨가 느껴질 만큼 동그랗고 예쁘게 잘 말렸다. 김밥을 좋아하는 딸을 생각하며 돌돌 말아 쥔다. 딸이 김밥을 먹고 조금만 더 힘을 더 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교육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딸이 많이 힘든가보다. 자존심이 강해 잘 내색하지 않지만 수강생을 모집하는 과정이 만만찮아 보인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 설명회와 학생들 무료체험수업을 통해 교육방법이나 교육내용을 홍보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만큼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본인만의 아이템과 노하우 그리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으로 당차게 준비했다. 창업에 따른 두려움과 불안도 크겠지만 이십 대 또래답지 않게 제법 잘한다 싶었는데 아빠의 걱정에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울고 싶은데 볼기짝 때려준 것처럼 한참을 울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쏟아낸다.

푸념을 쏟아내며 실컷 울도록 놔두었다. 눈물을 그친 딸이 미안해 할까봐 너스레를 떤다. “딸아 울어 조금 더 울어, 건강한 울음이야 더 크게 통곡하고 울어, 너는 지금 탈출구가 필요한 거야, 한바탕 쏟아내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고 마음이 더 단단해질 거야. 눈물은 그럴 때 필요한 거니까 더 울어도 괜찮아” 라고 하자 딸은 배시시 웃으며 다 울었다고 한다. 울고 나니 꽉 막혔던 가슴이 뚫리는 것 같다고 했다.

눈이 퉁퉁 부어 있는 딸을 꼭 안아 다독인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특히나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그만큼의 노력과 진심이 상대에게 전달되어야 하고 그렇게 한 걸음씩 세상을 배워가는 것이다. 그만하면 아주 잘 하고 있으니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자”며 등을 토닥여준다.

이래저래 딸이 좋아하는 김밥을 싸고 있다. 김밥도 조화와 궁합이 맞는 재료가 들어가야 제 맛이 난다. 특히 밥의 간을 잘 해야 김밥이 맛있듯 사람도 근본이 좋아야 한다. 나이 들수록 부모라는 자리가 얼마나 어렵고 무거우며 준엄한 자리인지 느끼게 된다.

자식 어릴 때는 학교만 들어가면 걱정이 없을 것 같고 공부 마치고 결혼만 시키면 나몰라하고 살자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결혼한 자식이나 미혼인 자식이나 걱정도 마찬가지, 마음 가는 것도 마찬가지이니 부모라는 자리는 벗어나기가 어려운 위치인 것 같다.

물론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척에 두고 살다보니 머리가 하는 생각과 가슴의 움직임이 각각이다. 오지랖 넓다는 핀잔도 듣지만 김밥옆구리 터지는 소리가 가끔씩 들리기도 하고 깨 볶는 냄새가 오소소 쏟아지기도 하는 것을 보며 결국은 이런 것이 행복이고 사는 재미와 보람일 수도 있겠다 싶다.

수북이 쌓인 김밥에 통깨를 솔솔 뿌린다. 제법 먹음직스럽다. 엄마 음식이 제일 맛있다며 호들갑 떨 딸을 깨우고 개수대에 꽉 찬 설거지를 하며 어제 흘린 딸의 눈물이 깨끗이 씻어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