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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역류’. 불과 싸우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 영화다. 1991년에 개봉했으니 벌써 28년이나 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화마(火魔)와 맞선 소방관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큰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이 외친 ‘You go, We go’, ‘니가 죽으면 우리도 다 죽는다’라는 명 대사는 ‘끈끈한 동료애’를 상징하며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영화처럼 위험 속 사명감을 실현하는 소방관들의 역할,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천509명의 소방관이 공무 중 부상을 입거나 순직했다. 매년 평균 502명이다. 거기에 순직과 공상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수 많은 직업병에도 시달린다. 최근 전국 5만2천245명의 소방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전체의 5.6%인 2천704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이었다. 우울증 위험군은 2천203명(4.6%), 자살 위험군은 2천453명(4.9%)에 달했다. 또 지난 1년간 자해 행동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힌 소방관도 1천556명(3.1%)이나 됐다. 국민들의 든든한 파수꾼이지만 정작 본인들은 마음의 병을 앓으며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근무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2018년 말 기준 현장 소방인력은 법정 기준보다 25.4%(1만4967명) 부족한 실정이며, 소방관 1명이 담당하는 평균 인구(1004명)와 면적(1.94㎢)은 상상을 초월한다. 처우는 더 하다. 올 1월 기준 소방관 5만2천245명 중 1.2%(630명)만 국가직이다. 나머지 98.8%, 5만1천615명은 지방직으로 지역 간 격차가 심각하다.

이같은 현실 속에 내년 4월부터 지방직 소방공무원 전체가 국가직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이다. 관련 법안이 지난 19일 발의 8년 만에 국회를 통과해서다. 마음의 병이 깊어 평균 수명이 69세(재직 중 44세)로 공무원 직군 가운데 가장 낮다는 소방관. 그들의 가슴에 희망을 심어준 이번 결정,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반갑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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