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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미륵신앙의 요람, 법주사 3

 

 

 

조선시대 법주사는 60여동의 전각과 70여개의 암자를 거느린 큰 사찰이었다. 임진왜란을 비롯한 전쟁과 역사의 흐름 속에서 법주사의 규모는 줄어들었고 현재는 30여동의 건물만 남아있다.

법주사에서 하나만 볼 수 있다면 주저 없이 팔상전을 선택하겠다. 국보55호로 지정된 팔상전은 하루 종일 바라보아도 시간이 부족하다. 팔상전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그린 8폭의 팔상도가 모셔져 있다. 다른 사찰의 팔상전과는 달리 한 벽면에 두 폭씩 사방에 나누어 배치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팔상도를 보려면 자연스럽게 탑돌이를 하듯 팔상전 전각 내부를 한 바퀴 돌게 된다.

팔상도 앞 불단에는 불상을 봉안했다. 불상은 석가모니불이 주불이며 제화갈라보살과 미륵보살을 협시보살로 모셨다. 석가모니불 뒤로는 영산회상도가 후불탱화로 모셔져 있다. 불상 앞에는 500나한상이 3줄로 배치되어 있다. 500나한상의 모습들이 제각각이다. 각자의 개성이 물씬 풍긴다. 개성이 담긴 부처의 모습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묘미가 있다.

팔상전 안 탑돌이를 마치고 팔상전 밖으로 나온다. 팔상전은 5층으로 된 목조탑이다. 밖에서 보면 5층이지만 안에서 보면 통층이다. 탑이면서도 부처님과 팔상도를 모신 법당이다. 팔상전 전면 해체 수리 시 부처님 사리가 들어있는 사리장치가 발견되어 이를 뒷받침한다. 즉 팔상전은 탑으로서의 역할과 예배장소로서의 역할 두 가지 모두를 갖춘 보기 드문 건물이다.

정사각형으로 된 기단에 5층으로 쌓아올린 팔상전은 위로 올라갈수록 5칸, 3칸, 1칸으로 규모로 지어졌다. 일정하게 줄어든 비율이어서 조금 떨어져서 팔상전을 바라볼 때 안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팔상전 내부로 들어가 굳이 부처님을 뵙지 않더라도 바라만 보아도 심리적인 편안함을 불러일으키는 건물이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팔상전을 뒤로 하고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쌍사자 석등으로 가보자. 쌍사자 석등은 국보 5호이다. 경남 합천의 쌍사자 석등과 중흥산성의 쌍사자 석등과 더불어 3대 쌍사자석등으로 꼽힌다. 다른 두 쌍사자 석등에 비해 법주사 쌍사자 석등은 그 조형미가 섬세하고 뛰어나다.

팔각의 바닥돌 위에 두 마리의 사자가 마주서서 화사석을 들어 올리고 있는 법주사 쌍사자 석등은 사자 두 마리가 앞발을 치켜 올리고 그것도 모자라 주둥이 부분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 머리도 들어서 위를 향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긴 시간 동안 벌 받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성덕왕 19년인 720년으로 조성연대를 추정할 때 약 1,300년 동안이나 쌍사자는 힘들게 무거운 화사석을 받치고 있는 셈이 된다. 자세히 보면 두 마리의 사자가 한 마리는 입을 벌리고 다른 한 마리는 입을 다물었다. 사자의 허벅지와 머리 뒷부분 갈기의 디테일한 표현력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보통 석등이 법당이나 탑 앞에 세워지는 것을 감안하면 쌍사자 석등에서 팔상전을 향해 바라보았을 때 팔상전 앞에 쌍사자 석등이 있는 모습이 된다. 법당과 탑 두 기능을 동시에 하고 있는 팔상전 앞의 쌍사자 석등, 그 위치가 묘하게 멋스럽다.

쌍사자석등 왼쪽으로는 원통보전이 자리하고 있다. 원통보전은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고 있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원통전, 원통보전, 관음전, 대비전 등이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들이다. 원통전으로 불릴 때는 사찰의 중심 법당에 해당 될 때 원통전으로 불린다. 원통보전의 특징은 사모지붕으로 보기 드문 지붕형태이다. 사모지붕의 지붕의 면면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몇 칸 안 되는 작은 건물이지만 보물 916호로 임진왜란 이후 복원됐다.

팔상전과 쌍사자석등을 만날 수 있는 법주사는 쓰윽 둘러보면 한 눈에 스캔되는 사찰이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숨겨진 보물들이 많은 사찰이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법주사 여행, 11월이 가기 전에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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