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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한해의 끝자락

“묵은 달력을 떼어내는/나의 손이 새삼 부끄러운 것은/어제의 시간들을/제대로 쓰지 못한/나의 게으름과 어리석음 때문이네/우리에게 늘 할 말이 많아/잠들지 못하는 바다처럼/오늘도 다시 깨어나라고/멈추지 말고 흘러야 한다고/새해는 파도를 철썩이며 오나 보다” 이해인 수녀의 ‘묵은 달력을 떼어 내며’라는 시처럼 시간의 강은 무심히 흘러 또다시 한 해가 저문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 꿋꿋함으로, 갈등과 반목이 만연한 사회 온 힘으로 견뎌온 기쁨과 슬픔, 성취와 후회의 날들이 강물처럼 지나갔다. 따라서 한해의 끝이 다가올수록 공연히 마음만 바빠진다.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 큰 탓일 게다. 연초에 기원했던 소망도 되돌아본다. 희망을 화두로 넉넉한 삶을 바랐다. 또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사랑을 키우길 바랐다. 하지만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끝난 것 같다. 오히려 삶에 짓눌려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더 빨리 지나가 버렸다.

그런 아쉬움을 시조시인 박시교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올해부터 내 달력엔 13월을 넣기로 한다/한 해를 12월로 마감하기 허전해서다/단 하루 마지막 달 할일이 참 많을 것 같다/첫사랑 산골 소녀에게 엽서를 보내고/눈 내리는 주막으로 친구를 불러내고/헐벗은 세월을 견딘 아내를 보듬어주고/또 미처 생각 못한 일 없나 챙겨가며/한 해를 그렇게 마무리 해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한해의 끝자락 생각을 돌이키고 품행을 다듬는 기회로 삼는다, 때를 맞아 성찰함으로써 나를 새롭게 하고 더불어 올해와 다르게 내년을 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정치권은 올해도 역시 손을 놓은 채 서민들을 철저히 외면,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이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내년 총선을 향해 올인 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뒷전으로 미룬 채 말이다. 부실한 정치로 인해 우리 삶에 녹아든 생활의 무게가 얼마인지 가늠도 못하면서…. 펄펄 끓는 정치판과는 달리 서민들의 생활은 냉기가 가득하다. 한해를 마무리 짓는 요즘 삶은 더욱 힘들고, 그늘진 곳에서 이를 견뎌야 하는 불우 이웃들은 더한 괴로움에 몸부림 치고 있다. /정준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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