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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2019 단상(斷想)

한해의 마지막 날이다. 강물처럼 흘러가 버린 시간을 뒤로하고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날, 그 끝에 서서 1년 동안을 되 돌아 본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한 해였다. 때론 좌절과 슬픔을 맛보기도 했지만 성취와 기쁨의 순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움이 더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살아갈 날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맘 때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일에 열중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살아간다면, 사람들의 나이가 반드시 늙어 가는 것만을 뜻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그렇지 못하다. 삶에 치여 서다. 매년 연말만 되면 다시 생각나지만 처음 듣는 말처럼 낮 설다.

오늘 이 시간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이며, ‘어제 죽어간 어떤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라는 말처럼 올 한 해 진정으로 살아본 날이 얼마나 될까? 하루 하루가 소중한 날들이었지만 무의미하게 보낸 날들은 또 얼마나 허다했나. 때문에 많은 시간이 허비되고 의미 없이 조각나버렸다. 1년 동안 나 자신이 한 역할에 대해서도 되 돌아 본다. 가정을 위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자신의 역할은 제대로 못하면서 남은 비하지 않았나. 상대방의 실패를 은밀히 즐기며 잘되면 배 아파 하는 속물근성으로 올 한해를 살지는 않았나 등등. 반추해보니 후회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그렇지만 마냥 지나온 과거를 후회하고 탓 할 수만은 없다. 또 과거의 상념에 사로 잡혀 절망하며 미래를 헛되게 해서도 안 된다. “절망하지 말라. 비록 그대의 모든 형편이 절망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이미 일이 끝장난 듯싶어도 결국은 또다시 새로운 힘이 생기게 된다”고 한 프란츠 카프카의 말처럼 잘못을 떨쳐버리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다면 31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수 있다. 한 해의 끝 날과 새 날이 바뀌는 오늘 제야의 종소리를 듣게 된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는다는 의미다. 다사다난(多事多難). 예년과 다름없이 올해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과거는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2020년을 맞이하자.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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