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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멈춰버린 사회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 말은 2천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최초로 정의한 금언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당시 그리스 지역에서 사람들이 도시국가(polis)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인간은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로빈슨 크루소와 척 놀랜드 (영화 ‘캐스트어웨이’ 주인공)가 각각 28년과 4년 동안 무인도에서 살 수 있었던 것도 난파된 배와 항공기에 있었던, 사회가 만든 물품과 식료품, 그리고 사회에서 터득한 삶의 지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공동체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게 ‘인간의 운명’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가 멈춰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우선적 생활준칙이 되었기 때문이다. 본래 이 말은 ‘전염병의 확산을 막거나 늦추기 위해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는 감염 통제 조치 혹은 캠페인’을 말한다.

하지만 이 현상이 장기간 지속하다 보니, 사람들 간 마음의 거리도 멀어져 공동체 소멸 위기국면으로 치달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등, 생활공간에서 사람 간의 거리가 좁아지면 인사말을 건네는 것은커녕 눈길을 맞추는 것조차 금기시되고 있다.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쉽지 않고, 게다가 모자와 목도리를 착용하면 거의 인식이 불가능하다. 긴가민가해도 자동적으로 지나쳐 버리게 된다. 문화공간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을 길은 낮에도 음산하다.

출석하는 교회도 벌써 수 주째 예배를 중단하여 보고 싶은 교우들도 못 만나고 있다. 심지어 수원시립도서관들은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최소한 공공도서관에서 대여 정도는 해 주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도서대여는 시청에서 민원업무보다 더 간단한 것인데, 이러다간 시청의 행정업무마저 정지시켜 버릴 것 아닌가. 다행히 경기도청 행정도서관이 대출은 허용하여 이곳에서 책과 영화 DVD를 빌려보며 암울함을 견뎌내고 있다. 병을 몸에 달고 사는 우리 내외를 받아주는 의사들이 고마웠다. 특히 치아질환과 목감기로 의사와 최근접 거리에서 입을 벌려야 할 때면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주말에는 고향친구 모친상 조문을 위해 청주의 한 병원을 갔다. 장례식장 전체 분위기가 적막했고 각 호실마다 상주와 그들의 친인척 수가 문상객 수보다 많았다. 나는 40년 만에 만난 친구의 두 동생과 서로 마스크를 벗은 채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오랜 시간 나누었다. 이순이 훨씬 넘어선 내가 이순의 나이에 접어든 그들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스크 벗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처럼 지금의 사회작동 중단현상이 지속되어 아예 이 상태로 고착화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사람들 간의 만남이 어색해지고 그래서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현상, 사회라는 이름의 공동체가 존재해도 최소한의 비정(非情)의 네트워크만 작동되는 껍데기뿐인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만 하다. 우리 모두 전염병 퇴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공동체가 상실되지 않게 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환자와 그들의 가족, 취약계층을 위한 ‘마음의 방역’에 더욱 힘써야 한다.

공직자와 종교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길에 첫발을 내디딜 때 이미 일반 사람들과는 육체와 정신의 DNA가 달라지는 법이다. 사회가 없으면 국가가 필요 없고, 사회와 국가가 없어지면 정치인과 공직자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는 구심력이 아닌 원심력이 작동해야 한다. 대구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요즘 따라 특히 믿음직스럽고, 이탈리아의 신부들에게 “성당 밖으로 나가 환자들을 만나라(Go out and meet the coronavirus sick)”고 호소한 교황의 참사랑과 참신앙에 가슴이 뭉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