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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예학의 대가, 김장생 선생의 돈암서원 2

 

 

 

 

 

돈암서원의 이름은 현재의 위치로 옮겨 오기 전이었을 때 서원 근처에 ‘돈암’이라는 큰 바위가 있어서 돈암 서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전해온다. 돈암서원에는 ‘돈암’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건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응도당이다.

응도당은 돈암서원의 강당이다. 양성당이 형식적인 강당이라면 응도당은 실질적인 강당이다. 응도당은 크고 웅장한 건물이다. 보통의 서원 건축물들은 아담한 사이즈인데 반해 이곳은 좀처럼 보기 드문 사이즈다.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모두 15칸짜리 건물이다. 원기둥 밑에 초석을 기둥과 한 몸처럼 맞춤으로 잘 다듬어 세운 뒤 원기둥을 올렸다. 기둥마다 주련이 걸려있다.

가운데 칸에 ‘凝道堂(응도당)’ 편액 글씨가 힘찬 것이 건물과 잘 어울어진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응도당 편액 아래로 ‘遯巖書院(돈암서원)’이라는 편액이 나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역시 글씨가 응도당처럼 힘차다. 돈암서원 편액은 마루 안쪽에 걸려 있다.

응도당으로 올라서면 모두 마루로 이루어져 있다. 가운데 3칸은 하나의 대청마루로 좌우 한 칸은 바닥은 구분은 되어 있지만 문이 없어 역시 전체적으로 확 트인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제일 뒤 칸 좌우에는 벽을 만들어 마루방을 만들었다. 동쪽의 마루방은 거경재이고, 서쪽의 방은 정의재이다. 재미있는 것은 제일 뒤 칸 중앙칸은 반칸은 벽을 막아 마루방으로 활용되고, 나머지 반 칸은 문이 없이 오픈되어 있다. 그래서 정면에서 보면 한 칸 반만큼의 액자틀이 완성되어 뒷산의 초록의 싱그러움이 한껏 시야에 들어온다.

반면에 건물 좌우에는 창을 달아 안정감을 가지고 학습에 집중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현재도 이곳에서는 학생들과 일반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들이 진행되고 있다.

응도당 마루에서 고개를 들어 천정을 보면 커다란 대들보에 화들짝 놀란다. 대들보는 반듯한 모양이 아니라 원래 생긴 모습 그대로 휘어져 있다. ‘용이 살아서 꿈틀대는 듯하다’라고 표현이 온전히 느껴진다. 대들보에 반해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목이 아플 지경이다. 대들보 위로는 서까래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연등천장이 펼쳐진다.

응도당 마루를 내려와 응도당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자. 측면에서 발길이 멈춰진다. 응도당의 가장 큰 특징을 만났기 때문이다. 응도당은 맞배지붕에 풍판을 단 건물인데, 특이하게 좌우 모두에 눈썹지붕을 달았다. 눈썹지붕을 달기 위해 별도의 작은 기둥 4개를 세우고 그 무게가 걱정이 되었는지 원래의 건물 기둥인 원기둥에 사선으로 사재기둥을 각각 설치했다. 눈썹지붕의 작은 기둥에도 작지만 원형의 초석을 별도로 세우고 응도당을 세우기 위해 쌓은 2단의 기단도 눈썹지붕을 감안해서 넓게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서원 강당에 눈썹지붕을 설치한 것은 돈암서원 말고도 논산 노강서원에서도 보이는 특징이다.

이 눈썹지붕은 김장생 선생이 작성한 『가례집람』이라는 책에 서원을 건축함에 있어 필요한 구조와 건립양식들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이 눈썹지붕은 ‘영(榮)’이라는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응도당은 『가례집람』을 실제 적용한 건물임을 알 수 있다.

반듯한 맞배지붕에 풍판과 눈썹지붕을 가진 응도당의 측면의 모습은 돈암서원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다. 응도당으로 빼앗긴 시선은 좀처럼 응도당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다시 응도당 마루로 올라 유생들이 도포를 입고 경서를 읊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 안에서 함께 하고 있는 우리 자신도 한 번 발견해보자. 응도당이 새로이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보물 1569호 응도당이 있는 돈암서원은 응도당 하나만 볼 수 있어도 충분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돈암서원에 왔다면 반드시 응도당에 앉아 무상무념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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