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말이 내게로 스며들었다, 살아갈 힘을 얻었다’
‘박경리의 말’은 지난 2018년 ‘토지’ 읽기의 진수를 선보여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진 ‘나, 참 쓸모 있는 인간’의 저자 김연숙(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의 새로운 인문 에세이다.
저자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출범 직후인 2012년부터 현재까지 ‘고전 읽기’ 강의를 통해 학생들과 ‘토지’를 읽어오고 있으며 “고전, 특히 문학이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이끌어 갈 힘을 지녔다고 믿는다”라고 말한다.
저자 김연숙은 “‘토지’의 말과 박경리 선생의 말을 모으고 싶었다”며 “차곡차곡 쌓아온 말들을 꺼내놓으니 뛰어난 문장이나 아름다운 표현과는 뭔가 달랐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온몸이 부서지는 아픔을 겨우 견디며 내뱉는 말, 실 한 오라기 같은 기쁨을 잡으려는 말, 칠흑 같은 어둠을 버티며 안간힘 쓰는 말, 그래서 애달프고 간절한 말들이었다”고 소개했다.
1장의 첫 장을 펴면 ‘살았다는 것, 세상을 살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게는 살았다는 흔적이 없다. 그냥 그날이 있었을 뿐, 잘 견디어내는 것은 오로지 권태뿐이야’라는 박경리 작가의 말이 그 의미를 전한다.
‘박경리의 말’은 1장 ‘나에게 스며드는 말’과 2장 ‘질문하는 젊은이를 위하여’, 3장 ‘우리 곁에 있는 사람’으로 구성됐다.
책 속 ‘목이 메어 강가에서 울 적에 별도 크고오 물살 소리도 크고 아하아 내가 살아있었고나, 목이 메이면 메일수록 뼈다귀에 사무치는 설움, 그런 것이 있인께 사는 것이 소중허게 생각되더라…’라는 말도 울림을 남긴다.
저자는 박경리 선생이 생으로 벼리고 몸으로 가꿔온 언어의 숲에서 귀한 문장들을 추려 이야기를 풀어간다.
“산다는 거는 참 숨이 막히제?”, “안 하는 것은 쉽고 하는 것이 어려워” 같은 말은 수시로 설움이 왈칵 솟게 만들며 약한 몸에 힘을 길러주는 보약 같고, “왜라는 질문이 없으면 문학도 종결되는 것”이라는 말은 쓰는 이유를 일깨우는 종소리 같다.
언제 어느 세상을 살고 있을지라도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나’이고, 내가 내 삶을 살아간다는 그 소박한 사실은 세상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며 달라져도 변함없는 진실이다.
‘토지’의 말과 ‘박경리의 말’은 오늘날에도 이른바 ‘뼈를 때리는’ 이야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되묻는 책이다.
저자 김연숙은 스스로 글을 쓰는 이유를 물으며 “멈춰 서 있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나와 세계의 끈을 놓아버리지 않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이야기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