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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보는세상]아카데미의 변신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이하 암파스)는 2020년 신규회원 81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68개국에서 선별된 인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우식·조여정·이정은·장혜진·박소담 등 영화 ‘기생충’의 출연자들이 이름을 걸었다.


미국 아카데미상을 암파스가 주관하고, 작품 선정은 회원들의 투표로 정하는 것이니 회원이 되었다는 것은 아카데미상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암파스가 회원 숫자를 늘려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납득할만 하지만 외국인의 비율을 높이는 부분에서는 갸웃해진다.


아카데미상은 기본적으로 미국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미국영화를 시상하는데 외국인 투표를 높이겠다는 전략은 아무리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의 표준이 되다시피 한 미국영화를 대놓고 세계 영화화하겠다는 것인지, 외국인이 참여해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종을 잡기 어렵다.


지난 2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에 작품상, 감독상, 시나리오 상을 안긴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국영화가 각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해도 구색 갖추기 쯤으로 생각했다. 미국영화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것이 기본인데, 외국(어)영화를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은 앞으로 미국영화를 포함한 세계영화(다만 미국 내에서 일정 기간 이상 상영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를 시상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인지, 올해만 한번 해본 것인지, 예정에 없던 돌발 사태인지 설명이 없다. 기본적으로 미국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아카데미가 다른 나라(비영어권) 영화를 본상 후보로 넣겠다는 것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결과로 보인다.


아카데미 상의 시작은 1929년부터다. 1920년 대의 미국영화는 새로운 흥행상품으로 떠오르던 무렵이었고, 헐리우드는 영화제작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은 사막이나 벌판, 숲, 계곡, 강, 바다 등을 갖추어 자연경관이 좋은 데다 비도 거의 오지 않아 로케이션 여건으로는 최고의 장소로 보였고, 대부분의 지역은 자연상태라 땅값도 허름한 수준. 무엇보다도 영화제작과 관련하여 법적인 문제가 생길 경우 가까운 멕시코로 도망치기에 편리한 요소도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어쨌던 헐리우드는 신흥 영화도시로 번창했고, 돈과 명성과 환락이 넘치는 별천지처럼 돌아갔다. 스타와 관련된 스캔들이나 범죄, 마약 같은 문제들로 헐리우드는 ‘소돔의 도시’라는 비난이 교회나 학부모 단체들로부터 쏟아졌고, 영화 보이콧 운동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패티(뚱보) 로스코 아버클 사건은 여론을 치명적으로 자극했다. 배우들이 참석해 시끌벅적하게 열었던 어느 파티에서 여자 참석자 한 명이 처참하게 희롱당한 모습으로 사망한 것. 아버클이 범인으로 지목되었고(최종적으로는 무죄로 결론 ), 헐리우드의 타락을 상징하는 깃발 같은 사건으로 미국 사회를 흔들었다.


여론에 부담을 느낀 영화계에서는 영화의 윤리적 도덕성을 지키겠다며 검열규칙을 만들어 적용하기 시작했고, 더불어 건전한 영화를 선정하여 시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것이 아카데미상의 출발이다. 첫 행사는 소박한 영화계 내부 행사처럼 보였지만, 미국영화의 파워가 급격하게 확산되는 것과 함께 아카데미 시상도 여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그 자체가 미국영화 산업을 홍보하는 중요한 이벤트로 변모했다. 후보작에 들기 위해서, 수상작으로 선정되기 위한 캠페인과 로비가 갈수록 치열해졌다. 


영화의 수준은 크기나 무게, 속도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영화가 더 낫다 아니다의 문제는 심사위원들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 좋은 영화가 수상하는 것이 아니라 상을 받은 영화가 더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이다.미국영화를 고르는 아카데미상에 외국인들의 대거 참여는 미국영화의 세계화 전략인가, 예전 같지않은 미국 영화의 관심을 만회하기 위한 생존전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