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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誠愛칼럼]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은 창대하리라

 

온라인 수업으로 한 학기가 끝났다. 대학원 수업이나 실험 실습이나 예술 체육 교과목은  대면수업을 하기도 했지만 수강생이 30명 이상인 대부분의 많은 학부 강의들은 온라인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종전에는 휴강으로 한두 번 온라인 강의를 해본적은 있었지만 한 학기전체를 다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이 들었다. 시간이 곱절 이상 들었다. 강의안을 PPT로 준비하고 낯선 컴퓨터 장비들 혼자서 앞에서 떠든다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심지어 한 시간 반 정도 열심히 얘기를 해서 강의를 마치고 탑재하려고 하는 순간 다 날아가 버려 허둥지둥 하던 때도 있었다. 모두 일시에 온라인으로 집결되니 끊김 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데이터 트래픽이 최소한 수십%에서 100%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5G의 최강국인 우리나라는 이미 1년 전부터 인프라를 구축해오던 중이여서 그나마 더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각 대학은 이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여했고 우리대학교도 기민하게 움직여 별다른 큰 사고 없이 한 학기를 마치게 되었다. 벌써 2학기까지도 온라인으로 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번 강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된 것은 모든 일은 시작이 어렵지만 나중에는 그것에 익숙해지고 더 큰 일을 하는 밑바탕을 이루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은 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20여 년 강의해오던 ‘현대시론’(現代詩論) 강의를 동영상으로 녹화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열다섯 강좌를 온전히 녹화하게 된 것이다.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더 보완해 나간다면 내 생애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거대한 일도 처음에는 미약하기 마련이다. 전 세계적으로 1억 2,000만부가 팔렸으며, 현재까지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 등 몇 편의 영화가 상영된 ‘나니아 연대기’는 영국의 시인이자 수필가, 비평가, 소설가인 C. S. 루이스의 작품이다. ‘반지의 제왕’은 제1부 ‘반지 원정대’, 제2부 ‘두 개의 탑’, 제3부 ‘왕의 귀환’은 J.R.R. 톨킨의 작품으로 판타지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크게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치밀한 묘사와 섬세한 언어의 사용으로 현대 영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둘 다 우리들에게는 영화로 친숙한 작품이지만 그 시작은 옥스퍼드의 세인트가일스에 있는 ‘이글앤드차일드(Eagle and Child)’라는 작은 술집에서 시작되었다.


1930년대 초반, 이 술집에 몇 명의 문학도들이 모였고, 그들은 맥주 한 잔을 앞에 놓고 자신들이 쓴 글을 읽고 토론하며 폭넓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 모임이 바로  C.S. 루이스와 톨킨을 주축으로 창립된 문학클럽 ‘잉클링스(Inklings)’였다. 잉클링스의 본래 의미처럼 ‘모호하고 완성되지 않은 암시와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들’은 매주 이곳 ‘이글앤드차일드’의 안쪽 방에 있는 작은 공간에 모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거대한 문학적 상상력을 태동시켰던 것이다. 나에게 작은 소원이 있다면 나는 내 연구실에 있는 모든 것들을 잉클링스를 꿈꾸는 문학청년들의 보금자리로 통째로 제공하고 싶다. 이 연구실 앞에 팻말은 ‘새와 아기’면 어떨까. 내 체구와 생김새하고는 안 어울리지만 새와 아기의 관계가 이를 데 없이 편안하니 그 편안함으로 세계를 움직일 작품이 나올 수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