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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향 수놓은 경기만 에코뮤지엄 ‘매향리 스튜디오’

54년동안 주한미군 공군폭격훈련장으로 사용돼…
2016년 복합문화공간 매향리 스튜디오 조성
참여 주민 “평화로운 매향리서 매화향처럼 살고 싶다”

 

“70~80대 어르신들이 향기나는 것을 직접 만드시면서 힐링도 하고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며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화성시 매향리 마을에 위치한 매향리 스튜디오(화성시 우정읍 매향웃말길 15)에 들어서면 마을 주민 10여명이 직접 만든 매화향 디퓨저가 은은한 향으로 맞이한다.

 

지난 24일 매향리 스튜디오에서 만난 마을해설사 김미경(57) 씨는 7~8년째 매향리 마을의 역사와 그동안의 시간들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경 씨는 “지난 6월 한달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마을 어르신들과 디퓨저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생소해하시니까 ‘방향제 만들기 같이 해봐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떻게 하는거야?’라는 반응이셨지만 막상 할 때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소개했다.

 

이어 “누가 나를 위로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안의 고통을 스스로 발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활동을 통해 각자 가진 고통을 치유하는 게 중요하다”며 “10명의 어르신들이 ‘매화향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하며 재미있어 하셨다. 나보다 먼저 오셔서 문 앞에서 기다리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매향리 스튜디오를 둘러보면 벽면에 마을 주민들이 만든 디퓨저와 소감이 적힌 팻말을 감상할 수 있다.

 

이태자 씨는 “즐겁게 향기나게 향기처럼 살기 위해서 매화향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고 소감을 적었고, 유선녀 씨는 “예전에는 전투기 폭격 소리 때문에 시끄럽고 살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매향리가 향기롭고 너무 살기 좋다”고 전했다.

 

 

매향리 마을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부터 2005년까지 54년동안 주한미군의 공군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된 곳으로, 하루 400회 이상 폭격훈련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민들의 노력으로 2005년에 사격장이 폐쇄됐다.

 

이 마을에 위치한 매향리 스튜디오는 1968년 마을에 주둔하던 미군과 주민들이 함께 건립한 건축물이며, 1984년 새 예배당이 세워진 이후 30여년 넘도록 방치된 교회 건물이다.

 

 

이곳은 2016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강헌)의 경기만 에코뮤지엄 사업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 곳에서는 마을의 아픔과 상처의 역사 흔적을 문화 예술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주민들이 참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에는 마을 주민들이 연극 ‘매화 향기는 여전해’ 무대에 올라 젊은 시절을 폭격 훈련 소음과 공포 속에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했다.

 

김미경 마을해설사는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현재는 주민 참여 프로그램의 일환인 이번 ‘매향_梅香’ 전이 진행되고 있다.

 

 

20여평 남짓한 스튜디오 벽면엔 연노랑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창문과 창문 사이로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매향 디퓨저’가 전시돼 있다.

 

‘매화향으로 매향리의 아픔을 치유하자’는 콘셉트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화약 냄새가 진동했던 매향리의 아픈 과거를 씻어내고 주민들이 직접 포탄을 닮은 도자기병에 매향리의 매화향을 담아 평화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아내기 위해 마련됐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다시 피는 매화처럼 매향리 전체에 평화의 매화향이 가득하길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도 녹아 있다고 한다.

 

올해로 4년차를 맞은 에코뮤지업 사업은 매향리에 작은 변화들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년 간 전투기 소리와 화약 냄새에 시달려온 주민들이 비로소 매향리의 진정한 매향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마을 주민들을 지도했던 조향사 김활 씨는 “처음 매향리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포탄이 쌓여진 공간을 보고 주민들에겐 일상이었던 폭격장의 과거가 떠올라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주민 분들을 만났을 때 영상과 기사로 접한 매향리의 모습은 한꺼번에 날아가 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어머님들이 낯설어 하시면서도 열정적으로 프로그램에 임해주셨다”며 “이렇게 함께 만들어낸 매향리의 향기가 바로 매향이며 디퓨저로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매향_梅香’ 전은 오는 8월 9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노성우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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