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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민주당의 민주주의

  • 신율
  • 등록 2020.08.10 11:27:37
  • 16면

 

국회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곳일까?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행정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다. 권력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은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17세기의 철학자 존 로크는 권력이란 무서운 존재이기에 쪼개야 한다고 역사상 처음으로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몽테스퀴에도 권력분산을 말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몽테스퀴에의 경우는 권력의 속성이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절대 왕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을 나눠, 왕정을 위협하는 세력들에게 하나씩 던져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권력분산을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로크와는 다른 이유에서 권력 분산을 주장했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17세기부터 권력의 위험한 속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한 권력 분립 노력은 지속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분립을 통한 권력의 상호견제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됐던 것이다. 이런 교과서적인 말을 새삼스럽게 꺼내는 이유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요새 여당이 하는 일들을 보면, 자신들은 입법부의 일원이라기보다는 행정부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야를 떠나 입법부는 행정부의 권력 행사를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여당의 태도를 보면 행정부가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자신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는 야당을 패싱하고 부동산 3법을 밀어붙이더니, 이제는 공수처 설치를 그런 방식으로 추진할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 공수처 관련 사안은 지난번 부동산 3법 통과시보다 더 심각하다. 마음에 안 들거나 문제가 생겼다싶으면, 자신들의 입맛대로 법을 개정하면 된다는 사고를 엿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당은 늦어도 8월 국회 시작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다른 대책을 세울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런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보면, 민주당은 야당과 더 이상 타협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방에게 거의 ‘지시’를 내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민주주의를 하는 국가들에서 좀처럼 관찰되기 힘든 현상이다.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8월 국회까지” 추천위원을 선정하라고 하면서,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법 개정을 하겠다는 식으로 여당 대표가 당당히 말하는 모습은, 합의제적 요소가 지배하는 외국의 민주주의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는 태도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런 주장에도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투표 결과를 보면, 여야의 득표율은 전체 유권자 대비 6%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는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난 18대 국회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53석, 자유선진당이 18석 그리고 친박연대가 13석 창조한국당이 3석을 얻어 보수 성향의 정당들이 모두 187석을 얻었고, 보수 성향 무소속 당선자까지 합하면 보수는 거의 2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획득했었다. 반면, 당시 통합민주당은 81석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5석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당시를 보자면 의석 분포가 지금보다 더 한쪽으로 치우치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18대 국회에서는 지금처럼 노골적인 야당 패싱은 없었다. 당시에는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도 없었고, 국회의장에 의한 의원들의 상임위 ‘배치’도 없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여당이 야당에게 시한을 정해놓고 “이렇게 해라”는 식의 ‘지시’도 하지 않았다. 또한 여당이 단독으로 국회법 절차를 생략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도 않았다. 결국 수적 우위가 지금의 상황을 가능하게 했다는 논리도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18대 국회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의 멘탈이 문제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절대 선’일 수 없다면,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자신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지금이라도 당 이름에 걸맞은 사고와 행동을 보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