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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을 찾아서] 남한강 따라 머금은 역사 도보순례길

여주로 떠나는 역사여행 ①
선사시대 고인돌 유적에서 근현대 유적까지
민족문화의 정수가 담긴 여강길 여행 코스

 

남한강 따라 역사를 머금은 땅, 여주. 여주시에는 선사시대 고인돌 유적에서 시작해 조선시대 문·무 신하들의 묘소와 유적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특히 민족문화를 꽃 피운 세종대왕릉과 병자호란 이후 북벌 정책을 펼쳤던 효종왕릉, 조선 말 비운의 명성황후 생가 등이 위치하고 있다.

 

조선시대 많은 권력세가가 여주에 머물렀던 것은 이 지역 풍수지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여주 신륵사가 위치한 산 이름이 봉미산鳳尾山)인데, 이는 곧 봉황(鳳)의 꼬리(尾)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산을 중심으로 지리를 용, 범, 봉황, 현무 등으로 구분하는데 이중 봉황의 지형을 띈 곳으로 대표적인 곳이 설악산에서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봉황의 지세다. 설악산 봉정암이 봉황의 정수리이며, 횡성 봉복산이 봉황의 배 부분, 그리고 신륵사가 자리한 봉미산이 알을 낳는 봉황의 끝 부분을 의미한다.

 

그래서 봉미산 자락은 자손이 풍성하고 재물이 넘치는 지형이라고 해, 조선시대 많은 권문세가가 살던 곳이다.

 

여주에는 잘 알려진 많은 문화유산이 국보나 보물, 도지정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문화유산을 둘러보며 도보로 순례하는 길이 바로 여강길이다.

 

여주터미널에서 출발해 남한강(여강)을 따라가는 이 길은 강을 따라 발달한 과거의 문화를 한번에 볼 수 있으며, 아름다운 강과 산을 함께 체험하기 좋은 길이다. 조선시대에는 문경새재를 넘어 여주를 거쳐 서울로 가는 길목이기도 했다.

 

 

여주시는 여강길을 4개 코스로 구분해 각 5시간 내외 도보길을 제시하고 있는데, 문화유적 답사를 겸한 코스로는 신륵사에서 출발해 세종대왕릉에 이르는 길이 제격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능을 이전하면서 원찰로 삼아 발전한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당시 연못을 메꿔 절을 세우고자 했지만 잘 되지 않자, 원효스님이 7일간 기도를 올린 끝에 연못에 살던 용 7마리가 승천하고 나서야 비로소 불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신륵사에는 우리나라에 얼마 없는 모전탑이 위치해 있는데, 이는 돌을 깎아 탑을 세운 형식이 아니라 벽돌을 구워 탑을 세운 형태로 고려시대 유일한 전탑이다.

 

또 그 앞에는 나옹스님이 입적하기 전 꽂은 지팡이가 자라 났다는 천년의 은행나무가 세월을 지키고 있다. 신륵사에서 바라보는, ‘달을 맞는 누각’ 영월루(迎月樓)의 정취도 뛰어나다.

 

 

이어 도착하는 곳은 여주박물관으로 조선시대 역사기록 뿐 아니라 남한강의 수석, 고대에서 근대까지 여주시의 역사 등을 잘 전시하고 있다.

 

잠시 박물관을 둘러보고 난 후 본격적인 도보여행이 시작된다. 길은 연인교에서 영월공원~강변길~여주시청으로 이어지며 여주 5일장에 도착하게 된다. 오전 9시쯤 여행을 시작하면 점심 때를 전후로 5일장터에 도착하게 된다.

 

영월공원에는 경기도문화재로 지정된 영월루가 남한강변을 바라보며 위치하고 있다. 18세기 건축된 영월루는 원래 여주시청의 정문이었는데, 1925년 일제 강점기에 훼손 위기를 맞았다가 누각을 현 위치로 옮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누각 아래 절벽에는 괴암에 마암(馬岩)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괴암에서 말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새긴 글자라는 전설이 전해온다.

 

 

영월공원에는 현충탑과 산책로, 비석거리, 조각공원 등이 조성돼 있으며, 보물 제91호 창리 3층 석탑과 보물 제92호 하리 3층 석탑이 옮겨져 있다.

 

공원을 지나 강변길을 따라 걸으면 여주시청에 이어 여주5일장터가 나온다. 5일, 10일 등 5일 단위로 장이 서지만, 장이 없는 날이라도 먹거리와 볼거리를 해결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특히 이곳에 있는 ‘여주두지’는 여주시의 100년 근현대 역사를 담은 지역 관광 명소다.

 

여강길 4코스 여행의 끝은 효종·세종의 능에서 마무리된다. 효종은 조선 인조의 둘째 아들로 병자호란으로 인해 8년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형인 소현세자가 변사하면서 왕세자에 책봉된다. 1649년 왕에 즉위한 효종은 대동법을 실시하고 상평통보를 주조해 나라를 안정시키는 한편 청나라 정벌 계획을 준비하다가 재위 10년만에 승하하면서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효종의 영릉(寧陵)을 지나면 세종과 소헌황후의 합장릉인 영릉(英陵)이 나온다. 세종은 소헌황후가 승하하자 광주 서강에 쌍실릉을 조성했는데, 세종 승하 후 합장을 하면서 이곳으로 이장을 했다. 두 왕릉을 포함한 조선시대 왕릉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많은 외국인들도 찾는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여강길 4코스 역사여행은 이곳에서 마무리된다. 인근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넘어왔다는 ‘아홉사리 과거길’을 걷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천년 역사를 둘러보기에는 충분한 여행길이다.

 

[ 경기신문 = 안직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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