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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가 작곡한 교가, 우리 아이들이 부르게 할 수 없죠

[2020 광복절 기획 ②] 일제 잔재 청산하는 학교들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작곡가 이흥렬
전국 138개 도내 19개 학교 교가에 이흥렬이 참여
안성 공도중, 도내 최초로 교가 교체 중…안성중·삼일공고도 진행 예정
민족문제연구소 "노래 바꾸는 과정에서 역사인식 등 교육도 중요"

“양양한 소새울 품에 안고서 겨레의 선봉들이 모여 들으니 맑고 씩씩하게 자라 나가세. 우리들의 앞날에 희망 있도다. 빛내세. 길이길이 공도중학교”

 

64년 전통을 자랑하는 안성 공도중학교 교가 가사다. 반세기를 넘게 불러온 유서 깊은 교가를 공도중은 교사‧학생‧학부모 등 참여해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유는 작곡가가 친일 인사 이흥렬(1909~1980)이기 때문이다.

 

 

이흥렬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유명 음악가다.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에 친일 음악가로 이흥렬, 김동진, 현제명, 김성태 등을 등재했다.

 

군가 ‘진짜 사나이’, 동요 ‘섬집 아기’, 어버이날에 흔히 부르는 ‘어머니의 마음’이 이흥렬의 대표작이다.

 

이흥렬은 일제 황국신민화와 내선일체를 목적으로 친일 활동에 나섰다. 조선음악협회에서 음악보국운동으로 군국가요를 반주해 일본음악 보급을 주도했다.

 

1937년 중‧일 전쟁 이후 조선인 징집을 장려하고, 군부 우상화 작업을 위해 경성후생실내악단과 대화악단에서 활동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당대 예술인들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였다”며 “이흥렬은 음악으로 일제에 봉사하며 충성을 다했다”고 밝혔다.

 

◇ ‘일제 잔재 청산’ 나선 도내 학교들

 

최근 공도중은 작곡가 이흥렬의 뚜렷한 친일 행적을 파악하고 교가 변경을 추진했다. 노랫말도 학생들의 삶과 괴리감이 있다고 판단, 아이들의 정서에 맞게 변경하게 됐다.

 

 

공도중은 교가 개정을 위해 교육공동체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 후, 8월부터 가사공모 용역추진에 들어가 9월까지 교가개정 TF팀이 심사하기로 했다.

 

한지숙 공도중 교장은 “아이들의 행복과 진로에 대한 내용이 노랫말로 담기게 될 것”이라며 “내년 졸업식은 수정된 교가로 부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도중만 이흥렬의 노래를 쓰는 게 아니다.

 

그는 ‘한국의 슈베르트’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유명 음악가였기에, 그가 작곡 또는 작사한 곡을 사용하는 학교가 전국 138개, 경기도는 19개다.

 

안성중학교도 교가 교체에 나섰다. 학교는 공도중을 모델로 내년부터 교가 교체를 추진한다. 안성 명륜여자중은 다른 학교들과 논의 중이다.

 

심지어 수원 출신의 독립운동가 이하영(1874~1930)이 세운 수원 삼일공업고등학교도 이흥렬이 만든 교가를 부르고 있었다.

 

이에 삼일공고 학생들이 먼저 3.1운동 100주년 기념일에 독립운동가가 설립한 학교에서 친일 인사의 교가를 부르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삼일중, 삼일공고, 삼일상고 등 3개 학교에서 모두 이흥렬의 교가를 제창하는 상황이었다.

 

학교는 교직원과 동문회 학생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에서 다른 학교들과 공청회를 진행한다.

 

 

용인초등학교의 경우 교가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은 있지만, 그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학교는 지난해 졸업식부터 교가 제창을 금지했지만, 오랫동안 사용한 노래인 만큼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어 학교 동문들과 의견을 나눠야 했다.

 

신을환 용인초 교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통감해 가능하다면 2학기 중이라도 교체하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교가 교체를 위해 동문회장, 임원진과 충분한 상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경기도 등 지자체도 친일 인사의 노래 제거 중

 

친일 인사 이흥렬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곳이 비단 학교만은 아니다.

 

경기도를 상징하는 경기도가(歌) 또한 이흥렬이 작곡했다. 지난해 2월, 이재명 지사의 지시로 제창이 중단되었다가 도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제정 중이다.

 

평택시와 안성시도 이흥렬이 작곡한 상징 노래를 바꾸는 모습이다. 평택시는 애향가 변경 사업계획이 끝나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안성시는 작사와 작곡을 나눠 시민참여 공모 중이다. 시에 따르면, 공모 마감일까지 50건 이상의 작곡 신청을 받았다. 침수 피해 지역의 복구에 만전을 기한 뒤 공표할 예정이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노래를 바꾸는 것 자체는 큰 용기“라면서도 ”하지만 바뀌는 과정이 중요하다. 일제가 우리민족에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 등 교육과 역사인식이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