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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통찰] 그린벨트의 추억

 

필자는 1980년을 전후하여 3년간을 경기도의 한 기초자치단체의 면사무소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담당하는 팀의 일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린벨트는 2평짜리 돼지 축사 하나 마음대로 못 지을 정도로 강력한 규제였다. 축사 신축은 아예 허가가 불가능하다보니 무허가로 축사를 지은 주민에게 철거를 최고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는 팀원 모두가 현장에 나가 강제 철거를 했다.

 

돼지나 오리 두세 마리 있는 축사를 해머나 빠루(긴 장도리)로 철거를 하노라면 죄를 짓는 심정이었다. 그냥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철거하는 것을 보고만 있는 주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욕설을 하며 거세게 항의하거나 막대기 등으로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현장에 있었던 공무원들이 맞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린벨트 지역에 불법행위가 이루어진 것을 몰랐거나 그린벨트에 신축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모르고 허가하여 해당 공무원들이 징계처분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또 뇌물을 받고 그린벨트의 대장을 위변조하여 건축이나 개발행위를 탈법적으로 허용했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급기야 정부는 그린벨트 건축물대장 변조와 위조를 차단하기 위해 항공촬영으로 건물과 지형물 지도를 작성·관리했다. 정부가 그린벨트 사수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인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들에게 그린벨트 업무는 기피부서의 하나였다. 이런 수많은 시련과 노력의 결과로 이 정책이 반세기 동안 장수할 수 있었고,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는데 기여했다.

 

다른 국가들도 한국의 그린벨트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제도라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 이후 4개 정부에서 정략적 목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기 시작하면서 규모가 크게 축소되어 환경과 국토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금 그린벨트 면적은 최초 5397㎢ (전국토의 5.4%)에서 29%(서울시 면적의 2.5배)나 줄었다. 이런 과정에서 해제 계획을 사전 유출하여 부정이익을 취하거나 가짜 소문에 속아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한국은 국토가 작은데다 도시화율은 90%로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다. 따라서 대도시의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 중의 하나이다. 이번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19가 급속히 확산된 이유 중의 하나가 높은 인구밀도이다. 머지않아 대도시의 종말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국가 안팎에서 나올 정도이지만, 대도시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도시가 생존하려면, 마을 단위별로 주변 녹지대와 공원을 많이 조성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서울의 주택공급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강남 일대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오랫동안 집에만 머물러 있어 생기는 우울감과 무기력증, 이른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겪는 시민들의 생활 실정을 제대로 읽지 못한 시대착오적이고 우매한 발상이었다.

 

서울의 그린벨트가 없어지면 그 부작용이 경기도에도 미치게 된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이 뒤늦게 해제 계획을 철회한 것은 다행이다.

 

그린벨트는 수도권 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는 방호벽과 같다. 또한 도시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서 안전하게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휴식처이다. 정작 서울에 주택을 공급하고자 한다면, 용적률 완화, 유휴지 활용, 구도심 개발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정부가 서울의 과밀화를 막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면서, 서울의 과밀화를 부추기는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는 주택난을 해결한다는 구실로 그린벨트 해제를 들먹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린벨트는 사람으로 치면 허파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허파를 잘라 생명을 단축하는 것과 같다. 더욱이, 그린벨트 땅은 우리 세대의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