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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두통으로부터의 자유- 새로운 정상성으로

  • 배은주
  • 등록 2020.08.25 05:55:00
  • 인천 1면

 

진료시간이 끝날때가 다 될 즈음 얼굴에 핏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창백한 안색으로 만난 그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어느 수요일 오늘도 하루가 끝났다고 한숨 돌리고 있었던 나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금방 쓰러질 듯한 표정과 힘없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내뱉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였다.

 

다른 한의원에서 보약도 먹고 있고 동시에 타 양방내과의원에서 4개월전 심해진 두통 때문에 향정신성약과 진통제를 그 병원에서 줄수 있는 최대로 복용하면서 하루하루 넘기고 있었다고 한다. 며칠전부터는 더 이상 양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게 되어 힘들어 하였는데 친구가 자신이 치료를 받고 두통이 좋아졌다며 가보라고 소개를 해 주어 오게 되었다 했다.

 

그녀는 둘째아이 출산후부터 발생한 10년이 넘은 두통 외에도 많은 증상을 호소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붓고 무겁고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되는 상태가 오래되어 식사는 간단한 분식류가 다반사다. 대변은 스트레스 받으면 설사와 시원치 않은 상태가 공존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양상을 보였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럽기도 했다. 손발이 차고 다리가 저리고 쥐나는 것도 꽤 오래다. 게다가 등에는 어제부터 대상포진으로 의심되는 수포가 있었고 그 부위가 아프기도 했다. 기운이 없고 피로한 건 꽤 오래되었다.

 

조르주 강길렘은 그의 책 ‘정상의 비정상성’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상’이란 유기체가 생명의 규범을 따르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생명의 규범은 정상일 때보다 오히려 일탈상태에서 더 잘 알 수 있다”고.

 

그녀의 몸은 얼마나 생명의 규범에서 일탈상태에 있는지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한의학에서는 여러 가지 진단의 그물을 예를 들면 한열(차다, 뜨겁다), 허실(몸의 에너지 부족, 항진), 표리(병의 발병층위, 심도) 등으로 현상학적으로 표현되는 인체의 다양한 일탈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한다.

 

나는 그녀에게 한의원에서의 치료를 통해 정상성, 즉 면역이 제기능을 하도록 돕는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식이요법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키 위해 닥터 거슨의 예를 꺼내었다. 닥터 거슨은 몸의 바탕을 회복시켜 스스로 치유되게 하는 거슨요법을 만든 미국의 내과의사다.

 

의대생 시절 자신의 심한 편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의사들의 진료를 받았으나 낫지 않아 스스로 치료법을 찾게 되었는데 우연히 찾게 된 논문에서 지방과 소금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채식을 발견하였고 적용해 보았는데 좋아지게 되었다. 이에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하면서 만성질환의 치유법으로 발전시켰다. 한의원에서 거슨요법을 하지는 않지만 치유의 원리가 통한다. 설명을 듣고 그녀는 조금씩이나마 식이를 변화시키며 한약치료를 시작하였다.

 

한약과 침뜸 치료로 두통은 예전보다 발생 빈도나 정도가 훨씬 약해졌다. 약한 진통제만 가끔 복용하게 되었고 식욕도 늘고 소화력도 조금씩 회복되었다.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서 심해진 속쓰림과 설사도 2주쯤 지나니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런데 설사하는 것이 10회에서 3회로 줄었는데 그 이상은 줄지 않았다. 체크해보니 아침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잔 먹고는 설사가 시작된다고 하였다. 따뜻한 커피를 권해봤지만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단다. 일종의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인 듯하여 추가하여 아주 따뜻한 약성을 가진 한약 한팩씩을 추가처방하여 커피를 먹은 즉시 복용하라고 했다.

 

냉성을 따뜻한 한약으로 중화시키는 방법이었다. 5일후 내원한 그녀는 내가 준 약을 먹으니 바로 그날부터 신기하게도 설사가 멎었고 설사를 하지않으니 조금 에너지를 회복한 다음 신이나 집안에 바닥걸레질을 한참하고 몸살이 나 버렸다고 했다. 그렇게 안정과 휴식을 이야기했건만 기운이 좀 났다고 갑자기 무리하여 일을 하다가 몸살이 난 것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그렇게 몸을 알아가는 거라고. 조금 회복하였을 때 에너지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더 회복할수 있다.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자유의 댓가는 무한히 조심하는 것이다”고 하였다. 건강도 그렇다. 그 댓가란 우리를 해치는 음식과 습관의 유혹에 저항하는 것, 건강을 잃게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조심하는 것 등일 것이다.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고 정치적인 역학관계까지 추가되며 어수선한 시절이다. 이제까지와 달리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많이 또 다른 긴장감이 감돈다. 이럴 때일수록 내 몸을 지키는 가장 소중한 재산인 면역을 챙기자. 몸이 일탈의 증상을 보일때 K-한의학, 동네한의원을 이용해보자. 새로운 정상성, 음양의 균형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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