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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상처의 언어

 

요즘 나는 자꾸 뒤돌아보는 한국인이 되어가고 있다. 성장과 성공만 앞세우고 수출 목표 달성 비율만을 우선순위에 둔 통치자 밑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성공은 곧 돈(경제)이 되었다. 새롭게 개발한다고, ‘새마을사업’에 목숨 걸고 새벽종을 쳐대며 마을 사람들을 깨우는 시대에 나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초가집·한옥·옛 절터·궁터 들은 고속도로와 고속성장으로 인하여 실종되었다. 고속도로는 국가의 혈맥과 같다고 밀어붙일 때, 강남 땅값은 서서히 종로와 인사동 땅값을 뛰어넘었다. 이어서 부동산 투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 자리는 새로운 아파트가 죽순 솟듯 하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았다. 자가용 시대가 도래 하고 2000CC 이상의 자동차와 평수 넓은 아파트에 살아야 서울과 지방의 경제귀족 라인에 설 수 있었다. 이어서 성수대교가 무너져 꽃다운 무학여고생들이 벚꽃처럼 한강으로 떠날려 가기도 했다.

 

옆도 안 보고 뒤도 안 돌아 보고 앞만 보고 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농어촌 사람들은 서울로 흡수되어 갔고, 서울 사람들의 하층민으로서 서러운 일만을 책임져야 했다. 이웃이 붕괴 되고 인간미가 상실되는 그곳에는 오직 속도전과 달러가 있을 뿐이었다. 고시 패스하여 고위공직자 되어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이 한국인의 인재상이 되었다. 그로 인하여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인들의 도시로의 유목민 생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데 나는 지금 나이에 걸맞게 조용히 낡아가고 있는가! ‘되는 집안은 어른을 공경하고 안 되는 집안은 자식을 공경한다는데-’ 꼰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숲에서였다. 50여 년 되어 보이는 아카시아 나무가 쓰러져 신음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장맛비와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뿌리에는 잔뿌리뿐이었다. 지하의 중심을 향해 뻗는 뿌리도 옆으로 뻗어가는 굵은 뿌리도 없다. 인생도 저 나무뿌리 같은 거 아닐까 싶었다. 이 고생 저 고민 개고생 하면서도 굵직한 삶의 뿌리내리기가 중요한 것 아닐까.

 

운동을 한다고 가로지른 철봉대 위에 종아리를 올리고 밀었다 당겼다 하였다. 아프기 시작했다. 참고 더했다. 집에 와서 보니 종아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결국 일주일 동안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행인 것은 의사가 그 원인을 묻지 않고 그냥 치료해주는 것이다. 코로나 19라는 질병은 헬스장도 문 닫게 했다. 사람들 입도 마음도 걸어 잠그는 시간을 보내게 하고 있다 덕분에 산에 가서 운동을 한다는 게 이 모양이 되었다.

 

영화 ‘세상을 바꾸는 변호인’을 보았을 때다. 첫 장면부터 눈에 들어오는 영상은 시민들의 걷는 모습이었다. 군중들의 무릎 아래의 발길이었다. 영화에서 변호인 어머니는 딸에게 “그 시대의 기후에 맞춰서 살아라”라고 한다. 다음으로는 “감정에 지지 말라”는 당부였다. 시대의 기후가 자연발생적인 기후만을 근거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같으면 코로나 19와 같은 사회의 기후와 자연환경과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삶에 있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말은 달라이라마가 ‘생명으로 돌아가기’의 책 추천서에서 말한 바 있다.

 

나무가 쓰러지고 내 종아리에 상처가 난 것도 계절이 가을로 기우는 것도 다 연결이 되어 의존하는 가운데 있는 것 아닐까. 아물어가는 가는 종아리의 상처를 본다. 상처가 내게 들려주는 말이 있다. ‘그냥 세상에 맞춰 살아요. 운동도 욕심일 수 있어요. 내가 나를 이기려고 하지 마세요. 그리고 수면제 같은 글보다 재미있는 글이나 써보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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