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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칼럼] 두 번째 서른

 

티비 채널을 돌리다 스스로 ‘비닐바지 입은 딴따라’라 소개하는 가수 박진영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1994년 데뷔 때부터 전성기를 누렸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빨간 구두를 신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디스코 춤과 노래도 신났지만 그의 목표는 더 매력적이다. 그는 60세 때 가장 춤을 잘 추는 것이 목표이고 60세 때 환갑콘서트를 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이 얼마나 멋진가!

 

며칠 전, 서점에 들렀다가 영국의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쓴 동화책을 봤다. 클래식에 위트를 가미해 영국 패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평가받는 그가, 이미 충분하여서 더 이상 이룰 꿈도 없어 보이는 73세 그가 동화책을 썼다. 그의 위트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익어있었다. 이 얼마나 훌륭한 청춘인가!

 

박진영이 꿈꾸는 60세, 폴 스미스의 반짝반짝 창조적 삶을 사는 73세와 달리 한국고용정보원의 ‘베이비부머의 일자리 퇴직 후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종단연구’에 의하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직장이 곧 자신’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정년퇴직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곧 인생의 상실로 느낀다고 한다. 또 공통적으로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 즉 기존의 인식, 타인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내려놓기’를 경험함으로써 행복감을 다시 느낀다고 했다.

 

목표지향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균 수명이 길다는 연구이다. 캐나다 칼튼대학 연구팀이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묻고 이들의 14년간의 삶을 추적한 결과, 꿈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연령과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낮았다. 결과적으로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목표지향적인 삶을 추구할 필요가 있지만 중장년들은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방향성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은 최근 교육부 지원사업 중 하나인 성인학습자 역량강화 교육과정개발사업에 선정되어 60세 전후의 시니어의 안전코칭 전문가 양성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그중 필자는 시니어의 감정을 코칭하는 강의를 제작하고 있다. 정서적으로 안전한 노년을 영위하기 위한 감정코칭이다. 강의 준비를 하던 중 정년퇴직을 한 지인의 60세 생일축하 자리에 참석하였다. 환갑은 태어난 간지의 해가 다시 돌아와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라 하는데 백세 시대로 해석하면 '두 번째 서른'이자 새 인생의 출발선이다. 참석자들은 지인의 환갑을 기쁘게 축하했지만 지인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감추지 않았다.

 

사실 나이 드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된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지구의 고령화’라는 이제까지 인류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는 흰 머리와 주름진 얼굴로도 몇 십 년 더 행복하게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지인도 새 목표를 공표했다. 책도 쓰고 캐리커처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루고 싶은 인생의 목표를 세우거나 삶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얼마큼 목적을 달성했는지의 여부와 별개이다. 결과는 묻지 않을 작정이다. 그저 지인의 새로운 목표를 응원한다. 더불어 두 번째 서른을 맞은 세상의 모든 시니어의 행복한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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