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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국민의힘, 장수(長壽)하려면

“신청인이 2017년 벌금형 등 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신청인 개명 전력과 범행 전과·개명신청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개명을 허가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2차례 개명을 한데다 벌금형 전력이 있는 사람이 또 개명을 신청하자 부산가정법원이 지난해 6월 이를 불허(항소심 기각)한 판결문이다.

 

보수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지난 4·15총선을 2개월여 앞두고 개명한지 반년만에 ‘국민의힘’으로 다시 간판을 달았다. 1987년 개헌 이후 3당합당으로 태어난 민주자유당(1990년)을 시작으로 보수정당은 신한국당(1995년)-한나라당(1997년)-새누리당(2012년)-자유한국당(2017년)-미래통합당(2020년)까지 단명(短名)의 연속이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명 역사도 큰 차이가 없다. 정당정치가 오래된 미국 민주당(1828년~)과 공화당(1854년~), 영국 노동당(1900년~)과 보수당(1834년~), 독일 기민당(1945년~)과 사민당(1863년~) 등은 200~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과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시대처럼 인물 중심으로 창당·운영되거나,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 등 임시방편의 실리로 만들어졌던 우리 정당과 달리, 이들 국가들은 이념을 기저로 한 꾸준한 정강·정책 반영으로 정체성이 확립되면서 당의 생명력이 보존돼왔다. 반면에 우리 정치권은 지난 총선만해도 꼼수 ‘위성정당’들이 속출했고, 지금은 그 존재감이 은하계의 한 위성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국민의힘이 출범하자마자 당 안팎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2021년)와 대선(2022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인 개인이라면 쉽게 개명이 허락되지 않았을 같은 국민의힘이 어렵사리 새출발하면서 주는 첫 메시지가 ‘인물찾기’라면 좀 그렇다. 간판을 새로 달았다면 거기에 걸맞는 내용물(정강 정책, 민심대책)을 바꾸는 게 순서 아닐까. 우리 정당사는 인물을 좇다가 그 인물이 사라지면 당과 당명도 함께 소멸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마음이 바쁘더라도 그럴수록 먼저 그릇을 만들고 그릇의 모양을 잘 다듬어 거기에 맞는 인물을 담아낼 때, ‘국민의힘’이 ‘국민의 힘’으로 장수(長壽)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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