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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보여달래서 식당도 못 가"…코로나시대 소외되는 노인들

전문가 "고령층 등 취약계층 정보화 교육 더 확대돼야"

 

"얼마 전에 식당에 갔다가 QR코드를 보여달라길래 허둥지둥하다가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도로 나와버렸지 뭐야."

 

정모(64) 씨는 요즘 식당에 들어가기 전 QR코드를 요구하는지 살펴보는 게 하나의 습관이 됐다.

 

정씨는 1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한 이후로 QR코드를 요구하는 데가 확실히 많아졌는데 우리 또래는 난처할 때가 적지 않다"며 멋쩍게 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상에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젊은 층에 비해 디지털 기기 활용에 취약한 고령층이 겪는 불편이 커지고 있다.

 

카페나 식당에 들어갈 때 손으로 적는 출입명부 대신 QR코드를 요구하는 곳이 많아지고, 복지관 같은 시설이 현장 교육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비대면 흐름이 주가 되면서 고령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치고 플루트를 배우며 음악 봉사의 꿈을 키우던 유수찬(78)씨는 난생처음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 사용법을 배웠다. 코로나19로 복지관이 올해 초부터 휴관하면서 원래 현장 수업으로 진행되던 플루트 강의가 온라인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유씨는 "복지관에서 선생님을 직접 만나 배우는 게 훨씬 이해도 쉽고 좋지만 모여서 배울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온라인으로라도 배우려고 한다"며 "평소 요금 문제 때문에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사용을 잘 안 해 줌이라는 것도 처음 해본다"고 말했다.

 

출시 초기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해왔다는 문봉렬(81)씨는 QR코드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다.

 

문씨는 "휴대전화를 오래 썼어도 QR코드 이런 건 들어본 적 없다.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쓰는 법이나 전화, 문자 같은 기본적인 건 알지만 유튜브에서 내가 원하는 걸 찾아서 보는 건 아직 어려운 수준"이라며 "배워도 뒤돌아서면 까먹어서 집에서 혼자 다시 알아보고 연습하곤 한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9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정보화 수준은 고령층이 일반 국민 대비 64.3%에 그쳐 저소득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 중에서도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 늘자 일부 복지관에서는 고령층의 디지털 기기 활용 교육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시립노원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15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아 1대 1로 사회복지사가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회복지사 신정훈 씨는 "전에도 어르신들 사이에서 디지털 교육 수요는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난 이후 최근 들어 그 수요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교육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는데 듣고 싶어도 못 듣는 어르신이 계시고, 어떻게 들으면 되냐는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며 "다른 세대보다 디지털 쪽에 취약한 어르신들은 주변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분과 없는 분 간에 정보 격차가 많이 난다"고 전했다.

 

이런 정보 격차를 해소하려면 공적 자원 투입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선 어르신들이 우선 디지털 기기를 갖고 있어야 하고 이를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문제는 고령층이 디지털 기기 활용법을 습득할 수 있는 경로가 공적으로 많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노인복지관 등이 정보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프로그램에 공적 자원을 투입해 더 많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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