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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보름달이 없다면 서로의 얼굴을 불빛삼아

요즘 어두움이 찾아오면 집 근처에 있는 학교 운동장을 자주 간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사회가 깊어지면서 저녁을 집에서 하면, 밖으로 나가 1시간여 운동장에서 뛰거나 걷곤 한다. 낮에 거의 해를 볼 수 없었던 사상 초유의 긴장마를 거친 뒤 찾아온 최근 며칠 사이의 청명한 가을 날씨는 모처럼 자연이 주는 선물 같다.

 

모두들 지쳐있다. 코로나가 우리의 모든 일상을 집어삼킨지 벌써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숨도 마음대로 못 쉰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가족들을 불안한 마음에 다시 쳐다보는 계절이다. ‘아무 일 없이 들어왔겠지?…’하면서.

 

코로나사태로 세계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행보를 하고 있다. 그 냉기가 안방까지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의 비정상이 일상이 되버렸다. 하지만 코로나가 건네준 가을 밤은 좀 다른 얘기도 들려주는 것 같다.

 

“계절을 가리지 않던 불청객 황사도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 잠시나마 서행하면서 조금은 뒷걸음치고 있다. 인류가 그동안 무한 질주해 올해는 유난히 지구촌에 기상이변 재해가 많았다. 그래서 좀 쉬었다 가라”고. 오늘밤도 운동장을 쳇바퀴 돌듯 걸으려 한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달과 별은 다른 어느때보다 아름답게 아른거릴 것 같다. 코로나로 복잡한 일상이 멈추니 자연의 아름다음이 저절로 읽혀진다. 내가 작아지면 밖은 커진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시인 윤동주는 ‘별 헤는 밤’에서 일제 강점기의 암울함을 달래며 미래의 꿈을 별에 실었다.

 

며칠 지나면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한가위만 같아라’던 추석이지만, 고향에 계신 부모나 객지에 나가 있는 자녀 모두에게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이 될지 모른다. 대신 이번 한가위에는 달과 별을 찾아가자. 그리운 이에게 마음을 전해달라고 소원을 빌어보자.

 

얼마전 한류스타 방탄소년단(BTS)이 UN을 통해 전 인류에게 보낸 감동의 메시지를 떠올리며…. “같이 가는 길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면 달빛에 의지하고, 달빛마저 없다면, 서로의 얼굴을 불빛 삼아 나아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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